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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의 동반자/협동조합

아파트소비자협동조합 만들 수 있나요


상담 사례 / 아파트소비자협동조합 만들 수 있나요

등록 : 2012.05.08 16:19수정 : 2012.05.08 16:32



주민 5명만 모이면 가능…뭉칠수록 강해져

협동조합 지상 컨설팅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협동조합 지상컨설팅’으로 여러분의 협동조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Q 서울시내 소규모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에서는 300명 이상이 모여야 생협을 세울 수 있지만, 협동조합기본법(기본법)이 발효되는 올해 말부터는 5명만으로도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이제 우리같이 작은 아파트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가? 지금의 생협에서는 유기농산물을 주로 팔고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새로 만들어지는 소비자협동조합에서는 일반 농산물도 판매할 수 있는가?

기존 생활협동조합 이름은 못 써

A 올해 초 제정된 기본법에서는 5명만으로도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고, 금융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다만, 기존 생협법의 효력은 계속 유지된다. 이처럼 생협법과 기본법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보니 다소 혼란이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 5명만 모이면 작은 아파트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 물론 기존 생협법의 규제와 지원을 받는 생협 이름의 협동조합을 세울 수는 없다.

아파트의 소비자협동조합은 만들기 쉬우면서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작은 아파트마다 소비자협동조합들이 ‘각개약진’해서는 구매단가를 낮출 수도 없고, 적자를 면하기도 어렵다. 개별 아파트의 소비자협동조합들이 구 단위로 연합회를 만들어 공동 구매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에 상점이 많다면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주민 조합원들을 잘 설득해 단합을 끌어내야 한다.

선진국의 소비자협동조합들도 대규모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거나 연합회 활동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대형마트가 이미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또한 부녀회 주최로 열리고 있는 직거래 장터가 소비자협동조합과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다. 부녀회와 잘 의논해 주민 조합원들에게 가장 이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취급 물품에 아무런 제한 안 받아

과거 생협법에서는 친환경농산물과 환경물품만 취급하도록 법으로 제한받았지만, 2010년 법 개정 이후로 모든 생협 매장에서 일반 농산물뿐 아니라 공산품 판매까지 가능해졌다. 생협은 법 규제가 풀린 뒤에도 유기농산물을 주로 취급하는데, 생태환경과 생명운동 등의 가치를 물품에 담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의 소비자협동조합에서 일반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위스의 유명한 소비자협동조합인 미그로는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을 네 등급으로 구분해 모든 소비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상품정책을 펴고 있다. 굳이 유기농산물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럽의 여러 소비자협동조합의 경험이나 우리나라의 초기 구판장형 소비조합의 경험을 돌아볼 때,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지닌 소비자협동조합은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유통업체가 갖지 못하는 협동조합만의 ‘가치’를 조합원들과 공유하지 않는 소비자협동조합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미그로와 같은 유럽의 소비자협동조합들 또한 일반 농식품을 취급하면서도 로컬푸드나 공정무역 같은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조합원들과 적극 공유한다. 새로운 아파트 소비자협동조합의 가치와 지향점을 잘 만들고 그에 맞는 물품정책을 구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