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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011 공모전 시민심사

[일반부문] (수기) 내가 바라보는 윤리적 소비 - 고동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주류경제학을 위주로 하면서 단순히 내 수익과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만을 생각해오던 중 우연히 그라민은행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윤극대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고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 후 관련분야에 대해 알아가게 되면서 사회적 기업 이외에도 기업의 사회공헌, 지속가능경영,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새로운 시각을 갖추어 나가게 되었다.

사회적 기업이나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인데 비해 윤리적 소비는 학생인 내 입장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면서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고 독립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거나 집에서도 정품 유료 컨텐츠를 다운받아 보고 신진 작가의 소설은 도서관에서 빌리기 보다는 내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직접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에서만 구입하던 옷도 인터넷에서 아마추어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것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을 즐기는 입장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후에는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콘텐츠의 생산으로 이어 질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 역시 윤리적 소비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내 경제적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생활에 있어서는 윤리적 소비를 거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 생활을 하면서 직접 장을 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자란 동네가 아니다 보니 지역상권에 대해 큰 애착이 생기지 않았고 집 바로 앞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곳만을 이용하게 되었다. 농 축산물의 경우 주변 직판점이 더 저렴할 수도 있고 윤리적 소비의 관점에서도 맞는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으로 여러 물품이 저렴하고 이용이 편리한 기업형 슈퍼마켓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윤리적 소비란 결국 기회와 공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화적 소비를 할 때 저작권 즉, 생산자인 작가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창작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 할 수 있는 방법도 직접 공연장이나 극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콘텐츠를 구매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에 반해 지역 상권을 이용하거나 공정 무역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 생산자들의 입장에 대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막상 윤리적 소비나 공정 무역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만한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윤리적 소비의 문화가 좀 더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회의 측면과 공감의 측면 양쪽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서부터의 교육과 체험이다. 가장 쉽게 윤리적 소비를 체험하게 하는 길은 학교 급식에서 시작해 대학교,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에서 윤리적 소비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점차 적으로 지역과 연계된 친환경 급식이나 원산지 표기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친환경, 유기농에 비해 윤리적 소비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메뉴에 들어가는 주 재료의 유통과정을 명시하여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치가 돌아가고 있는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윤리적 소비에 공감할 만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전 어린이 경제교실의 조교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기존의 경제교실에서와 달리 축구공 경제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축구공하나가 우리에게 돌아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 체험하는 게임을 겻들여 진행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이미 많은 학생들이 소비가 있기 전에 많은 유통과정을 거친다는 시스템을 쉽게 이해했다. 그리고 난 뒤 이루어진 수업에서 이러한 생산구조 하에서 아동 노동 착취나 공정 무역과 관련한 주제를 이야기 하자 많은 학생들이 쉽게 흥미를 갖고 공감하였다. 이런 방식의 교육이 조금만 더 많이 이루어지고 영상자료나 농촌, 공장의 실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의식이  자리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중매체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윤리적 소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소비문화가 더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