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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011 공모전 시민심사

[일반부문] (수기) 내가 라면을 먹을 때 - 이임순



99년 민우회에 가입했습니다. 친구가 권해준 ‘맛있는 딸기쨈’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서는 ‘조금 좋은 먹거리를 먹자’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평소 건강에 신경을 쓰다 보니 좋은 것을 먹는다는 것이 금새 제게 와 닿았었지요.

2001년에 어린이책 모임을 할 때입니다. 무슨 이야기 끝에 “민우회 먹는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해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남편이 몸이 많이 아파 생협 이용했었잖아. 단칸방에서 시작한 살림살이가 몇 해나 됐다고... 형편이 그냥 그랬어. 나는 남편 살리기 위해 매장 갈 때마다 지갑을 만지작거리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정말 살기 위해 먹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내가 생협 이용하면서 알던 사람들은 좋은 거 먹는 걸 마치 아파트 몇 평에 무슨 차 처럼 달고 다니는거야.”.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러나 친구의 말에 다 동의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거 말고 뭔가가 더 있는데.. 더 있는데...’
답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생협을 이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뭔가 제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던가 봅니다. 아마 그것은 아직도 땅을 터전 삼아 사는 내 고향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삶과 맞닿은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느날, 친구가 제게 <조화로운 삶>과 <오래된 미래> 두 권을 건네주었습니다. 건네주며 “나한테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을거야. 그런데 그건 쉽게 답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몰라. 읽어봐”       

정말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이제까지의 내 삶의 방식에 끝없는 물음표를 가져다 주었고, 내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답이 내 삶의 실천 속에 놓여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 그래서였나 봅니다. 차츰 큰 것을 바라지, 빛깔 좋은 것들을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편한 것을 바라지 않았고, 새 것을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좋은 삶’을 바랬습니다. 다행히 제게는 칼자루가 망가지면 칼자루를 나무로 깍아 끼워 주는, 버려진 가전제품에서 부속을 구해다 청소기며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을 고쳐 놓곤 하는 살뜰한 남편이 있었고, 그런 남편은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더없이 좋은 짝궁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발견해가고 실천해 가며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2년전 이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한 권을 만났어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그림책이였습니다. 그림책을 덮고 나서 뭔가가 내 안에서 수런거렸어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이것이 이 책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내가 라면을 먹을때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장지현 옮김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옆에서 방울이는 하품을 한다.
옆에서 방울이가 하품을 할 때, 이웃집 미미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린다.
이웃집 미미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 이웃집의 이웃집 디디는 비데 단추를 누른다. 
이웃집의 이웃집 디디가 비데 단추를 누를 때, 그 이웃집 유미는 바이올린을 켠다.
그 이웃집 유미는 바이올린을 켤 때, 이웃마을 남자아이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이웃마을 남자아이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 그 이웃마을 여자아이는 달걀을 깬다.
그 이웃마을 여자아이가 달걀을 깰 때, 이웃나라 남자아이는 자전거를 탄다.
이웃나라 남자아이가 자전거를 탈 때, 이웃나라의 이웃나라 여자아이는 아기를 본다.
이웃나라의 이웃나라 여자아이는 아기를 볼 때, 그 이웃나라 여자아이는 물을 긷는다.
그 이웃나라 여자아이가 물을 길을 때, 그 이웃나라의 이웃나라 남자아이는 소를 몬다.
그 이웃나라의 이웃나라 남자아이가 소를 몰 때, 그 맞은편 나라 여자아이가 빵을 판다.
그 맞은편 나라 여자아이가 빵을 팔 때, 그 맞은편 나라의 산 너머 나라 남자아이는 쓰러져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와 ?가 번갈아가며 몇 차례 돌더니 제 가슴에 들어왔어요. 뒤에서 누군가 저를 “땅” 때리는 것 같았어요. 이 책이 내게 물었거든요.

"당신이 먹는 맛있는 라면과 달콤한 초콜릿이 세상 저 건너편 나라의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흘린 땀과 눈물의 결과물이라면?”

이 그림책의 마지막 글처럼 바람이 불었습니다. 라면을 먹을 때 하품을 하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만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그런데 ‘다르지 않았구나~!’

이제까지의 실천이 제 살림살이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고, 무엇보다 내게 보이고 인식할 수 있는 주변의 조건 안에서만 머물고 있는 내가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 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의 살림살이였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도 생협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터라 쉽게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커피와 세제와 같은 물품들을 대부분 생협을 통해 구입하였습니다. 또한 제가 근무하는 어린이도서관은 여러 활동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용자들을 만나는데, 이 활동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거나 절기 행사들을 진행할 때도 생협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였습니다. 정월대보름에서 시작해 동지까지 이어지는 절기행사, 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활동 프로그램들-국시꼬랭이 만들기(칠월칠석 행사), 과일샤베트(달샤베트), 옥수수 쪄 먹고 옥수수 수염과 껍질을 이용해 풀각시 만들어 보기(각시 각시 풀각시)-이 이렇게 준비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단골 이용자들이 물품을 부탁을 할 때는 심부름을 해주면서 알리기도 하고, 매달 말일 즈음에는 한 공동체에서 유정란을 공급받아 도서관 이용자들과 나누기도 합니다. 며칠전에는 ‘한살림 먹거리 교실’ 강좌를 열어 아이들을 비롯한 이용자들과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 읽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이고, 어른들에게는 ‘함께하자’는 말의 간접 표현 방식을 전달하는 것이지요.

올해는 교회의 봉사부장을 맡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주일날 점심을 교우들이 모두 함께 하는데, 이때의 점심밥상과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과 같은 행사때의 밥상을 책임지는 일이 봉사부장의 주된 일로 이것만은 그런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맡았지요. 아니! 잘 하고 싶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밥상살림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가 작은 교회였고, 환경문제 등 사회 여러 현안들에 대해서 교우들과 함께 공감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조금씩은 실천해 나가고 있던 부분도 있었기에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자 생각했습니다.

각 부서장들과 운영위원들이 함께하는 회의를 통해 제일 먼저 바꾼 것은 교회에서 마시던 일반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바꾸는 일이였습니다. 그리고 한 주일의 식대비용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밥상살림의 소소한 것들을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나누었습니다. 자칫 버리기 쉬운 음식들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던 것들을 글로 올리고, 교회 밥상의 절기음식에 대한 이야기들도 올리고, ‘유기농 무 팝니다’ ‘더덕사세요’와 같은 좋은 먹거리 소개가 올라오면 글을 다른 카페로 카피해 옮겨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재활용 음식에 대한 예)

다시 태어났어요(재활용 음식).

 1. 고구마
살살 돋아나는 봄기운에 땅이 조금씩 깨어납니다. 이맘때 즈음이면  베란다에 고구마도 자기 싹을 쏘옥 밀어냅니다. 자기 안의 노란 살을 내주면서...싹이 나기 시작할 즈음이면 고구마는 속이 마치 썩은 것 처럼 거멓게 변해가고 쓴맛을 냅니다. 그렇다고 고구마를 몽땅 먹어 버릴 수도 없고, 버리기에도 웬지 망설여집니다.
집에 쌓여 있는 고구마가 좀 있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를 몽땅 삶아 적당한 두께(5mm~1cm)로 잘라 종이에 깔고 말립니다.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매일 한 번씩 뒤집어 주면서 말립니다.  고구마 말랭이 씹으며 드라마 보는 재미! ‘오징어 저리가라'입니다.- 고구마피자  고구마를 몇개씩 쪄서 껍질을 벗긴후 그릇에 뭉개서 놓습니다. 접시위에 생협의 피자 크러스트나 또띠아를 올려놓고, 뭉개놓은 고구마를 올린 다음 여러 토핑들을 얹은 후 치즈 뿌려 렌지나 오븐에 구워드시면 됩니다.- 고구마 샌드위치  고구마 삶아서 그릇에 뭉개 놓고 마요네즈, 먹다 남은 피망이나 양파 등을 넣어 샌드위치 안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2. 옥수수   여름에 옥수수를 삶아 먹다보면 꼭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둘 수도 없습니다. 하루 지나면 옥수수가 단맛을 잃어 버리기도 쉽고,  또 금새 맛이 변하기 때문이죠. 이럴땐 옥수수 알을 따서 통에 넣어 냉동실에 얼리세요. 볶음밥 할 때도 넣고, 피자 만들때도 토핑으로 얹어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3. 김말이 튀김   먹다 남은 김이 눅어서 버리신적 있으신가요? 이젠 버리지 마세요.   당면을 삶아 소금과 후추 간을 살짝 한 후 (눅은)김에 말아서 튀김옷 입혀 튀겨보세요. 기름은 풍덩 담그지 않고 적당히 기름 두른후 뒤집어가며 익혀도 됩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2011. 2. 25.

이 이외에도 “시골에서 올라온 팥하고 콩이 많은데, 그거 벌레 날까봐서... 언니, 그거 해치울 좋은 방법 없을까?”하고 물으면 팥을 삶아 비비빅(아이스크림) 해 먹는 방법, 팥국수 해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콩은 콩장 맛있게 하는 법을 알려주고 그래도 콩이 많으면 교회에 반찬 해 와서 나눠먹자 하고.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또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곤 했지요.

절기음식에 대한 예)

식사당번..함께 생각하고 함께 나눠요.
 
저는 절기 음식을 좋아합니다.제 철일때 꼭 그걸 먹어야 제대로 그 계절을 만난 것 같아서요.또한 제가 보기보다 약골이다 보니 건강에 관한 건 좀 까다롭기 때문이기도 하지요.예를 들자면 겨울에는 몸을 차게 하는 여름과일이나 오이와 풋고추 같은 채소를 피하고,인스턴트 피하고(그래도 가끔 먹는 컵라면은 맛있지만), 공정과정 많이 거친 것 피하고..하는 식으로요.  이번 3월 식사당번으로서 식단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절기음식이였습니다. 그래서 3월에 먹어야 제 맛을 내는 것들을 매주 한 가지씩 식단에 넣어 보았습니다. 봄동.달래 겉절이, 냉이국, 씀바귀 무침...  그 다음으로 고려되었던 것은 가격과 요리 시간이었습니다.예를 들어 무굴밥이나 굴국 같은 것들은 우리가 가진 식비 안에서 해결이 되면서 요리법이 간단하여 많은 부분 노동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엔 값싸게 굴을 사다주신 김경기 님의 수고가 가장 큰 기여를 했지요. 굴밥:4kg에 30000원, 굴국:2kg에 14,000원)도토리묵도 보기엔 좀 부담이 갈 듯하나 13200원짜리 도토리가루 한 봉지를 묵을 쑤는데 드는 시간은 3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양이 넉넉하지 않아 교우님들이 더 달라고 하실때 넉넉히 드릴 것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요. 가격 대비, 시간대비 폼도 나고 맛도 좋고...  가격을 이야기하자면 미역줄거리 볶음이나 콩나물 만한 것이 없습니다.미역줄거리는 1200원짜리 5개에 6000원, 콩나물은 급식용 콩나물로 주문하여 4kg에 8880인데 일상적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어서 접근하기도 쉽고 크게 손이 가는 것 또한 없어 식단 메뉴로 적당한 것 같습니다.                                            2011. 3. 28.

 
5월 말쯤 마늘쫑이 흔하게 나올땐 마늘쫑 무침을, 색다르게 해 먹는 참깨소스 마늘쫑.우엉 샐러드 만드는 법을 올리고, 한 교우가 올린 제주도의 할아버지 농장에서 산야초 퇴비로 키운 ‘유기농 무우 팝니다’ 라는 글 밑에는 무생채 비빔밥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적은 후 교회에서도 무생채 비빔밥으로 점심 밥상을 차려보고, 예배후엔 교우들이 집에서도 해 먹을수 있도록 같이 도토리묵을 쑤어보고...

현재 재활용 음식, 절기음식,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먹거리 등의 이런 기록들은 자료로 모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자료들이 각자의 가정 안에서, 교회 안에서 참고로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이뿐만 아니라 물 아껴쓰기(빨래 모아하기, 헹굼물 다시 쓰기 등), 전기 아껴쓰기, 자기컵 가지고 다니기,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1회용 장갑 빨아서 다시 쓰기, 우산 비닐백 다시 쓰기 등의 이야기도 서로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나눕니다. 요 근래엔 교회의 슬러퍼를 수선하려고 계획 잡아 놓았으며, 가을에 계획중인 알뜰장터엔 안 먹는 콩이나 팥을 모아 비비빅과 콩장을 만들어 팔아보자, 도토리묵을 쑤어 팔자, 물물교환을 시도해보자, 리폼한 수공예품을 시도해보자, 반찬을 팔 때는 집에서 반찬용기를 미리 가져오도록 해서 담아가게 하자 등의 이야기가 오가는 중입니다.      

요즘 제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밥상의 일년농사라 할 수 있는 ‘쌀’과 ‘김장’입니다. 지난 7월 24일에 있었던 교회의 확대 운영 회의에 올렸던 봉사부 안건중 먹을 거리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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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를 통해 글에서 한 번 말씀 드렸던 바와 같이 제가 교회의 주방살림을 맡으면서 먹거리들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신경 썼던 부분은 '쌀'입니다. ‘쌀’이 일년 농사의 가장 큰 주인이듯, 부엌 살림에 있어서도 ‘쌀’은 먹거리의 가장 큰 바탕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는 일반 유통단계를 거쳐 ‘쌀’을 구매하는걸 가급적으로 피하려고 합니다. 이삼년새 정말 많은 물가가 올랐지요. 그러나 쌀은 10년전과 비교해보았을때 오히려 그 가격이 내렸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바로 농민의 삶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몸에 좋은 먹거리를 선택한다기 이전에 더 근본적으로 우리의 미래의 식량 문제(식량 주권)와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쌀은 가능한 한 일반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 수입이 바로 농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이에 이를 조금씩이나마 실천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2011년 올 한 해는 그 절반의 시도와 실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다행히 가을에 쌀을 미리 사두었었고 이것을 10만원씩 5개월에 나누어서 지불하여 5개월 정도 쌀을 공급 받았었지요. 나머지는 제가 시골 방앗간에 가면 농민들이 쌀을 찧어 가면서 그 일부를 방아삯으로 주는 쌀이 있는데, 그 쌀을 사다 놓았습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하나로마트를 이용해 한 두 번 쌀을 공급 받았었습니다. 생협을 이용하기에는 교회의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가능하지 않았고, 농민들에게 직접 쌀을 공급받고자 알아보았으나 이미 농민들이 지난해 추수때 목돈에 대한 필요때문에 쌀을 일찍이 다 팔아서 직접 쌀을 구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올 가을에는 교회 재정 형편이 가능하다면 교회에서 1년 먹을 쌀을 미리 구입해 놓았으면 합니다. 미리 예약해 놓고 쌀값을 지불한 다음 2달에 한 번 정도씩 교회에서 먹을 양의 쌀을 그때그때 보내달라고 하는 방식으로요.
현재 한달에 교회에서 소요되는 쌀이 한달에 50kg정도인데, 일년이면 600kg, 80kg가마니 기준으로 하자면 7가마 반 정도이고 한가마에 쌀값이 18만원에서~20만원 정도 한다고 계산한다면 1,350,000~
1,500,000만원 정도가 되겠지요. 쌀값의 지불 방식은 3달 정도에 나누어서 목돈으로 주는 방식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이것을 미리 지불해 줘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을 가늠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우리가 멀리보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 가자는 취지에서 이렇다는 것이고 우리가 어느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해서 우리가 이런 측면을 고려하여 논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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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올 가을 교회 김장 문제도 같이 고려해야 할 듯 싶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이 평소에 조금씩 준비해가는 방식이라 미리 준비해가자는 것도 있겠지만 김장 시기가 되어 짧은 시간안에 김장 준비를 하자면 시간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일반 유통 구조를 통해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따를뿐더러 또한 그때는 이미 고추나 마늘을 직거래로 사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늘이나 고추가루는 요즘이 제철이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지요.
김장비용이 미리 일년 예산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마늘이나 고추가루를 미리 장만하는 것이 그다지 무리는 없을 듯 한데... 김장 문제도 미리 준비가 가능한지 논의해 보았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어 안건을 지면으로 정리하여 올렸었습니다. 그런데 회의 후 전달받은 이야기에서는‘쌀’문제가 역시 재정적인 부분으로 인하여 여러 이야기가 오갔었고, 고춧가루나 마늘 구입건에 있어서는 보관의 문제와 김장할 때 이를 손질하여 장만할 문제 등이 이야기 되었다고 합니다.‘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전달받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고춧가루와 마늘의 보관문제나 장만할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하고 있던 바가 있어 이를 설명하면 별 문제가 없었으나 ‘쌀’은 계획했던 것의 절반 아니 그 일부이더라도 절충안이 나오길 기대했었는데 이야기의 진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서운했고, 편의의 문제로 ‘효율성’이야기가 나왔다는 지점에선 실망스러웠습니다. 우리교회는 다르다고 생각했었기에, 때문에 의지만 조금 있다면 쌀에 대한 대책이 일부라도 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가만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말했지요. “그래도 나는 갈거야. 보폭이 넓었다면 더 천천히 달팽이 걸음으로 가보지 뭐!”

우선‘내게 맡기겠다’고 했던 마늘을 구입 했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내가 사서 먹고 쓰는 것이 그냥 소비로 결과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늘’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조금씩 눈떠갈 수 있다면 거기엔 생명이 자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감사함과 아픔과 헤아림이 하나를 낳고 그 하나가 또 하나를 낳는 생명. 그래서 이것이 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마늘 샀어요.

얼마전 친정에 갔을 때, 친정어머니가 마늘 살 걱정을 하세요.
마늘값이 너무 비싸기도 하거니와 동네 마늘이 다 망가져 사기가 쉽지 않다구요.
그래서 친정어머니께 "내가 알아볼께요."하고 가볍게 대답을 했었습니다.
생협은 이미 마늘예약이 끝났고, 어쩔까 하다가 시댁의 형님(큰 시누님)께 전화를 했어요.
"형님, 마늘 파실 거 있으세요?"
그랬더니 형님이 "올해는 마늘 별로 없다. 너희들 먹을 것만 한 접 주꾸마"하세요.
도서관에 오시는 이용자분들께도 여쭈었어요. .
"저장마늘 중간치 되는건 한 접에 35,000원, 굵고 좋은 건 40,000 이상 줘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인터넷에서 의성농협도 검색해 봤어요. 그런데 농협을 통해서 사는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를 않아요. 저도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농협이 어떤지는 너무도 잘 알거든요.
저희 시골의 농협은 동네의 주유소, 방앗간, 식당, 그리고 연쇄점을 운영하는데, 지난해부터는 주말에도 연쇄점 문을 여니 동네 슈퍼들이 울상이기도 하려니와 동네 사람들이 먹고 살만한 일들을 다 농협이 하고 있고...얼마전에는 “고추 한박스를 농협에 내면 15,000 ~ 28,000(그때그때 시세에 따라 달라)인데, 수수료랑 박스값이 박스당 무조건 5,800원이야, 노각은 한 박스에 10,000원 12,000원 하더니 요샌 값이 더 떨어져 6,000원도 하고 7,000원도 하는데 수수료가 3,800원이니 그냥 썩히고 말지“하는 이야기를 친정 어머니로부터 들었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중간 유통비용이 있으니 일정부분은 인정한다고 해도 농협의 이익금이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자신들의 덩치를 키우는데 사용되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도서관에 같이 근무하는 사람(경옥씨)에게 '이렇다'하고 얘기를 했더니, 경옥씨가 거둬주고 있는 삼촌 어머니가 강진에서 마늘을 보내 왔더라며 "마늘 한 번 알아봐 줘요?"해요. 얼씨구나! 했죠.
그런데 이분이 제시한 마늘값이 굵고 좋은게 30,000원이예요. 농협 가격이 30,000원이라구요. 그래서 친정거 세접에 교회 마늘 두접을 더해 5접을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농협에 다 내고 굵은 건 두접 밖에 없다고 하시며 옆집거 보태서 맞춰 주시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그저께 친정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어요. 
"마늘이 정말 굵고 좋다야. 다섯접중에 한 접만 중간친데 덤도 보내 주셨어... 사람들이 마늘도 좋고 정말 싸게 잘 샀다고 하네. 고맙다. 마늘 걱정 덜었어"

처음에는 좋기만 했습니다.
더러 경옥씨에게 얘기만 건네 들었던 분인데, 그 분께 은혜를 입은것 같았어요.
덤이 얼만큼이 됐던 간에 조금이나마 나누어 주시는 그 마음도 고맙고,
귀찮은 걸 마다지 않으시고 옆집것 까지 같이 보태서 채워주시는 그 마음도 고맙고,
농사지으시는 동안 닿았을 그 어머니의 손길에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 서로의 끈을 느낄 수 있어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 듭니다.
김장배추 낸 자리에 찬서리 내릴 즈음 심어, 겨울 나고, 봄 다 지나, 더위 입고(7월 접어 들어) 캘 때까지 자식 거두듯 닿았을 마음 한 자락 손길 한 자락의 값 30,000원에 보태지는 판매자의 수익에도 화가 나고, 나 또한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오늘 마늘값을 보내 드렸습니다.
굶은 마늘 네 접에 중간치 한 접의 마늘값이 142,000원이고 택배비가 9,000원 모두 합쳐 151,000인데 차마 그대로 보내 드릴 수가 없어 170,000원을 보냈습니다. 생산자가 받는 금액과 소비자가 사는 금액의 중간 정도로 셈해서... 농촌 상황을 알면서 같을 순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덜 미얀할 것 같았습니다.

교회 김장 할 즈음이 되면 이 마늘은 고추, 파 등과 함께 친정집 옆의 교회 문간방에 사시는 할머님(오권사님)의 손을 빌어 다듬어져서 우리 교회로 오게 될 겁니다. 하루 다듬어 주시면 20,000원에서 25,000원 정도의 품값을 드리려고 합니다.

마트에서 사면 손쉬운 것을 너무 힘들고 복잡하게 제가 일을 하지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게 효율인 것 같습니다.
기업이 된 농협이 가져갈 이익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가고, 거기에 할머님(오권사님)께도 품일이 생겼으니 말이지요. (시골에서는 마늘이나 더덕을 하루종일 까면 하루 품값이 15,000원을 조금 웃돕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린건 제가 마늘 잘 샀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마늘 한쪽에 담겨 있는 손길들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세요.
하늘이 주신 것, 농부의 손길을 빌어 우리에게로 온 것, 그리고 그것이 다듬어져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까지 감사해야 할 것들.
그런 마음들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진동시켰으면 좋겠기에, 제가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감사들을 교우님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정사정들 안에 잠자고 있는 모순들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의 생활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또한 우리가 외치는 '연대'라는 말이 '공동체'라는 말이 이런 헤아림들 속에서 서로 손잡아 가길 원하기 때문이지요.
                                   2011. 8. 13.

저는 아직 세상 저 건너편 나라의 아이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세상 저 건너편 나라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나라 안에서도 쌀값을 계산하고 마늘값을 계산하며 삽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수출하고자 들여왔던 수입 농산물이 우리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었고, 그 결과로 우리는 10년 전보다도 더 싼 값에 쌀을 사 먹고, 1000원짜리 김밥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내가 사용하고 있는 공짜폰과 자동차에 농민들의 희생이 숨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쌀값을 계산하고 마늘값을 계산합니다. 그러나 국가도 기업도 이로 인해 얻은 것들을 아무도 농민들에게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 땅의 농민들과 분리된 삶을 삽니다. 그냥 소비할 뿐입니다. 계속된 비로 감자 수확량이 줄었는지, 병충해로 고추가 망가졌는지, 쌀이 어떻게 익어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냥 소비할 뿐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일 뿐이고 그 농산물이 좋은 것이라면 그저 덤 하나를 얻은 것 뿐입니다.

저는 이러한 닫힌 관계의 문을 열고 싶었습니다. 내가 닫아 놓은 문부터 열고 싶었습니다. 이 문을 통해 마늘 짓는 사람을 만나고 쌀 짓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뜻을 가지고 땅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눌 겁니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내 이웃과 세상 건너편 나라의 아이들과 만날 겁니다. 마늘을 샀던 이야기는 그렇게 그 안에 있는 사람을 통해 내 마음과 우리 마음의 닫고 있는 문을 두드려 본 이야기입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내게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만나기 까지는 많은 시간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