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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세탁비누

아주 특별한 세탁비누 - 조이화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당해보지 않고서는 남한테 의지해야하는 심정이 어떤 건지 몰라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2003, “아범아 어멈아 니들이 내 맘을 아냐?”,원성원 할아버지 인터뷰 中 발췌)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이 노년,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여겨지는 나이 노년,
그래서 더 외롭고 슬픈 노년.

하지만 여기, 시흥 시니어클럽에는 기존의 노인이미지를 거부한 체 당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며,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흥 시니어클럽(http://www.shcsc.or.kr)은 노인복지 및 저소득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및 고정적인 수입창출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단체이다.

시니어클럽을 방문하다

일하는 노인 인식개선에 관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온라인상으로 노인생산품을 판매하는 시흥 시니어클럽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노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안내하시는 분을 따라 맨 처음 보게 된 것은 게시판에 걸린 사진들이었다. 각종 사진들은 시니어클럽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말해 주고 있었으며 사진 속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노년이 주는 고유의 쓸쓸함이 없었다.


노년층을 위한 취미활동을 비롯한 각종 교육 및 직업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복지시설을 지나, 재활용 작업장 및  비누 공장 사업장을 중심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재활용 작업장은 폐가전제품의 분리수거 및 중고가전제품 판매하는 장소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젊은이를 따라갈 수 없지만 일에 있어 노하우나 연륜을 갖춘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계셨다. 가득히 쌓인 재활용 물품들 사이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은 힘들고 지쳐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활력이 넘쳐 보였다.

비누 공장 사업장 역시 활력이 넘쳤다. 시흥 시니어클럽의 주요 온라인 판매품 중 하나인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공장인데 어르신들이 비누를 제작 및 절단,  포장작업을 하여 주로 재래시장 및 세일마트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아주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자긍심은 공간을 넘어 웃음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세탁 비누와 사회를 말하다

시니어클럽에서 생산되는 비누는 자연의 부패를 방지하고 소생시켜주는 미생물과 식물성오일로 제조된 친환경적 비누이다.

개당 1500원으로 일반 비누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었으나 방문 일정이 끝난 후, 주부9단인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비누의 생산 과정에 대해 소개하니 이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 소비인지 몰랐다며 뿌듯해하셨다.   

이러한 비누의 소비는 지역사회의 환경정화와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가며, 제품의 판매활동을 통하여 노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소외감, 무력감, 역할상실, 고독감)문제  및 건강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있다. 비누 제작과 판매를 통해 노인들은 돈을 벌 수 있어, 빈곤한 노인이 줄어들기도 하며 일을 통한 활동량 증가로 건강이 좋아져 의료비가 절감이   되기도 하는 등 단순히 노인 개인 뿐 아니라 노인 부양 부담을 줄여 지역사회의 재정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기특한 비누이다.

노인생산품, 그리고 윤리적 소비

윤리적 소비란 생산자와 자연환경을 배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연대하는 소비를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인이 생산, 판매하는 물건들을 소비함으로써  점점 더 고령화되어가는 현실에서 더 많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미래를 이끌 지성인인 대학생 및 특히 주부들이 노인 생산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노인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이에 사업주들은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노인인력 고용을 증가시켜 사회를 더욱더 활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시흥 시니어클럽 방문은 일하는 노인이 얼마나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과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러한 노인 생산품과 그 구매를 통한 윤리적 소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