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린이부문 수상작

윤리적 소비 자유분야 그림 부문

공정 무역

(김민지)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초콜릿을 구매해 착한 소비를 실천하세요!' 라는 문구는 마치 공익포스터를 보는 듯 합니다. 초콜릿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이지만 대표적인 불공정 상품이기도 합니다. 김민지 어린이의 말처럼 생산자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착한 소비로 더 좋은 세상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Posted by 사회적경제

매년 2월이면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온다. 연인들끼리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그런데 1천 원짜리 초콜릿을 사면, 이 가운데 20원만이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 생산 농장으로 간다는 보고가 있다. 실제로 초콜릿용 카카오가 많이 생산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가보면, 열한 살, 열두 살짜리 어린이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을 한다. 초콜릿 업체들이 카카오를 너무 싼 값에 구매해서, 가장이 직접 일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카카오 농사를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싼값에 어린이를 동원해 카카오를 재배할 수밖에 없다.

국제인권단체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는 아동 노동이 농장마다 버젓이 벌어진다. 연인들 사이의 달콤한 사랑 뒤에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저임금 노동을 해야 하는 열두 살 어린이들이 있는 것이다.

최근 밸런타인데이에는 늘 ‘착한 초콜릿’이 화제에 올랐다. 제 3세계 카카오 생산 농가를 배려한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기 위해 연인들이 몰려들었다. 공정무역 초콜릿이란, 카카오 농가에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만든 초콜릿이다. 최소한 카카오 재배 농가에 아동 노동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초콜릿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밸런타인데이,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이 초콜릿은 값싼 서아프리카 카카오를 구매해서 저임금의 중국 공장에서 만든, 경제적인 초콜릿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이 초콜릿 안에 내 마음이 있어. 그 마음 안에는 가난한 카카오 농가 어린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도우려는 뜻도 들어 있어. 받아줘.’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등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논리를 연장하면, 푸줏간 주인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지역 주민의 박애심 때문이 아니라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기심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 밸런타인데이 언저리에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자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달라졌다. 그것은 한국 연인들의 이타심 때문이다. 그 이타심이 깃든 ‘공정무역 초콜릿’ 소비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경제적 효용뿐 아니라 윤리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 소비하는 ‘윤리적 소비’의 일종이다. 소비자는 ‘효용’을 얻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경제학 원론에서 가르치는 소비의 본질이다. 그런데 여기에 ‘효용’은 오랫동안 ‘화폐로 환산될 수 있는 당장의 만족’인 것처럼 해석됐다. 그래서 유통업체들은 가장 싼 값에 제품을 들여와 가격경쟁력을 갖추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비용 절감 경쟁을 벌이다 보니 화학물질이 첨가되어 건강이나 안전 문제가 생기고, 공장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아동 노동이 성행하는 등 인권 및 노동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그 구도를 바꾼 것이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다. 베블런은 저서에서 19세기 당시의 상류사회를 비판하면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과시적 소비란 다른 사람에게 높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 없는 제품을 비싼 값을 주고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부터 사람은 반드시 당장의 경제적 만족 때문에 소비하는 것만은 아니며, 다른 동기에 의해서도 소비한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이는 ‘사회적 소비(social consumption)’라고 통칭되며, 소비자는 과시적 동기뿐 아니라 이타적 동기 등 다양한 사회적·도덕적 동기에 따라 소비할 수 있다는 논증의 여지가 열리게 된다. 이 가운데 특히 건강, 환경, 사회 등 윤리적 동기로 소비 의사결정을 내리는 행위를 ‘윤리적 소비’라고 한다.

ⓒ 2011 윤리적 소비 공모전 누리꾼 인기상 후보작 <소비의 싹> 서진영

한국에서의 윤리적 소비는 크게 건강, 환경, 사회 세 영역으로 분류한다.

‘건강’은 웰빙 소비 트렌드가 속하는 영역이다. 과거 소비자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가장 많은 양의 제품을 소비하려고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소비하면 소비자 자신의 장기적 건강에도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때 ‘웰빙’이 떠올랐다. 무항생제니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하는 말이 소비 의사결정에 변수로 작용했다. 장기적 건강을 고려한 소비가 시작된 것이다.

‘환경’ 영역에는 저탄소·저에너지 제품 사용, 재활용 제품 사용, 동물 보호 제품 소비 등 친환경 소비가 이에 속한다. 나의 건강뿐 아니라 자연 환경 전체의 건강을 생각하며 소비 의사를 결정하는 흐름이다. 이러한 친환경 소비는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쓰이기 이전부터 활발하게 실천되었는데,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고려하고 자원 분배를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말한다. 친환경 소비의 핵심은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으로, 이때의 자연은 단순히 환경뿐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 식물 등 모든 생명체를 포함한다.

‘사회’ 영역에는 인권이나 노동 문제를 고려한 소비가 포함된다. 나의 웰빙뿐 아니라 이웃의 웰빙까지 생각하며 소비하는 흐름이다. 여기서 나온 키워드로는 로컬 푸드, 공정무역을 꼽을 수 있다. 로컬 푸드 운동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그 지역의 주민이 소비하는 것이다. 로컬 소비를 하면 자신이 먹는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 되었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유통 마진의 거품을 뺄 수 있다. 지역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함으로써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다양한 지역의 생산을 활성화하고 지역공동체의 연대를 강화시킨다. 나아가 이동 거리를 좁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농산물 직거래, 농민 장터, 지역 급식 운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가장 싼 값’이 아닌 ‘공정한 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세계화로 인한 자원을 헐값으로 착취당하는 제3세계 노동자를 위한 대안무역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환경 보전,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커피, 초콜릿 같은 식품에서 의류, 신발, 가방 등의 공산품과 공정 여행까지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처음 ‘건강’ 영역에서 시작된 윤리적 소비는, 대량 소비와 대량 폐경 소비로 확장됐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은 이웃을 생각한 소비 의사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환경만 보호해서는 부족하며, 빈곤과 불평등 같은 사회문제를 치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윤리적 소비가 ‘사회’ 영역까지 확장되는 과정이다.

과거 윤리적 소비는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보이콧(boy-cott)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파키스탄 협력업체들이 아동 노동으로 ‘나이키’ 축구공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어난 대규모 불매 운동이 그 사례다. 그러나 요즘은 책임 있는 기업의 제품을 더 사자는 바이콧(buy-cott)으로까지 확장되어 있다. 제품을 선택할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다.

이를 포착한 경영학에서는 이미 사회 마케팅, 공익 마케팅과 같이 고객의 이타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윤리적 소비자들은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책임 경영이 확산될 수 있는 소비 시장을 만드는 시장 선도자들이이기도 하다. 공정무역 하나만 해도, 2009년 전 세계 거래량이 6조 원에 이르는 시장이 형성됐다. 공정무역 혜택을 입는 제3세계 생산자 수는 120만 명이다.

‘윤리적 소비’는 한마디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이타적 의도를 소비 의사결정에 투영하는 행위를 말한다. 돈이 아닌 다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경제와 연결된다. 윤리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방향을 바꾸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원재 한겨레 경제연구소장 저,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편집자주 : 이 글은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에서 발췌, 편집한 글입니다.

Posted by 이로운넷

2011년 청소년부문 수상작

윤리적 소비 자유분야 수기 부문

초콜릿과 커피와 설탕, 그리고 나의 이야기
(이효진
)


초콜릿의 이야기

“초콜릿 사세요! 맛있는 초콜릿 사세요!”

급식실 앞 작은 공간에 몇몇 학생들이 책상을 끌어와 초콜릿 몇 십 개를 펼쳐놓고 크게 외쳤다. 급식 줄을 서있는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미 교내 수많은 동아리들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매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쿠키나 사탕을 들고 와 판매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 특별한 초콜릿을 파는 것은 별로 특별하지 않아 보였을 것이다.

“이 초콜릿 하나에 얼마예요?”
 “2700원입니다.”

대답을 듣자 초콜릿을 사려던 학생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리가 파는 초콜릿은 시중에서 파는 비슷한 사이즈의 초콜릿보다 3배나 비쌌다. 정말 초콜릿이 먹고 싶다면 매점에 가는 대신 이 초콜릿을 택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들은 초콜릿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싼 게 아니라 정당한 가격이에요. 슈퍼에서 파는 초콜릿은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재료공급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터무니없이 싸게 파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열을 올리며 말하고 나서야 그 학생은 초콜릿 하나를 사 갔고, 몇 분 있다가 친구들과 다시 돌아왔다. 초콜릿이 맛있고 좋은 의도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이 ‘비싼 값 하는’ 초콜릿은 한 개도 남김없이 모두 팔렸고, 공정무역 동아리 SouL의 첫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판매에서는 아이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서너 개씩이나 사 가는 기분 좋은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온라인에서 도매로 파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다가 소매가로 팔았기 때문에 동아리 발전에 쓰일 수익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 학생과 선생님 천 여 명에게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알리고, 일년에 단 몇 번이라도 매점음식 대신 공정무역 먹거리를 학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커피의 이야기

처음 공정무역을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말이었다. 당시 나는 한 청소년 잡지에서 기사공모전을 통해 청소년기자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기사를 써낼 것인 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께서 공정 무역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공정 무역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윤리적 소비’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상품이 많아지고, 그것을 살 돈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가 어떤 것을 어떻게 소비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담아 나는 커피의 공정무역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카페가 성행하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내가 커피에 처음 입맛을 들일 무렵이었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의 200원도 채 안 되는 원가와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4,5천원의 가격의 어마어마한 격차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네팔의 커피 농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보았는데, 내 또래의 아이가 동생들의 교육과 가족의 생애를 책임질 소중한 커피나무를 한 그루씩 정성스럽게 심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길거리나 마트에서 사 먹는 커피가 한 사람에게는 생명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떤 커피를, 어떤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지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을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비록 그 기사는 주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모전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할 윤리적 소비에 관한 소중한 지식을 준 경험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설탕의 이야기

이렇게 학교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배우고 공정무역 상품을 홍보하는 활동을 하던 중, 바로 우리 집에서도 윤리적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말에 집에 있던 중, 엄마께서 간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삶은 감자를 주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자에 찍어먹을 흑설탕 대신 색깔이 좀 더 연하고, 광택이 덜한 가루가 얹혀 있었다. 내가 가루의 정체를 묻자 엄마께선 ‘마스코바도’라고 대답하셨다.  마치 태평양 어딘가의 외진 섬의 이름처럼, 생소한 이름이었다. 마스코바도 포장지를 찾아보니, 아프리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들어온 유기농 식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스코바도는 엄마께서 회원이신 아이쿱 생협에서 사 오시는 수많은 음식들처럼, 윤리를 추구하는 식품이었기에 그냥 흑설탕보다는 더욱 깊은 풍미와 의미를 가진 듯 했다. 따지고 보면, 나와 동생들이 보조 가방으로 쓰고 엄마께서 비닐봉지 대신 쇼핑백으로 쓰시는 캔버스백, 자주 먹는 공정무역 다크초콜릿, 항상 ‘먹을 만큼만 사자’는 아빠의 신조, 한 켤레를 사면 저소득층 아동에게 한 켤레를 주는 신발, 고기는 줄이고 샐러드를 많이 담은 밥상 등 집안 구석구석에 윤리적 소비가 녹아있었다. 새삼스럽게 각자의 소비생활에 조금씩은 책임을 지는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웠다.

나의 이야기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내 주변에는 윤리적 소비에 관한 인식이 비교적 높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떨까? 친환경적 소비, 현수막, 소파가죽, 옷을 예쁘고 실용적인 상품들로 재탄생시키고, 학용품부터 결혼식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요즘들어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유럽 등지의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초콜릿 하나를 사더라도,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잠시 시간을 가지고 사람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빈부와 삶의 질의 격차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모두가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