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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소비

[일반부문] (수기) 나에게 생협이란 - 문보라 지난 7월, 나는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처절하게 절규했다. 음식을 얼게 할 만큼 강렬한 냉기도 나의 분노를 식힐 수 없었다. 벌써 쓰레기차 더미에 실려 어딘가에 묻혔거나 사라졌을 테지만, 그걸 천연 조미료라 여기고 갖은 음식에 넣었던 나로선 배신감과 죄책감에 자꾸만 화가 났다. 아침마다 딸아이 밥 위에도 듬뿍듬뿍 뿌려주곤 했는데. 그게 다 가축 사료로 쓰거나 폐기해야 할 채소였다니. 나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마트에서 “아이들 이유식이나 주먹밥에 넣으면 아주 그만”이라는 ‘불량 맛가루(후리가케)’를 사 먹인 엄마들의 정신적 충격은 참담할 정도다. 핑계를 대자면 시식을 한 것이 문제였고, 입이 짧은 아이가 너무나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걸 신주단지 모시듯 냉..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어떻게 살까 - 이성주 멀리에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 가까이에는 벌거벗고 서 있는 아이, 땅은 가물었는지 갈라져있고 한쪽에서는 갈라진 땅이 파도가 되어 아이를 덮치려는 그림 한 장. 작년 봄 경기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 4주간의 교생실습을 함께 하게 되었다.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국어과 담당 선생님께서 하고 싶은 수업을 마음대로 준비해서 해보라고 하셨고, 나는 수업 활동 중에 하나로 이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 그간 아이들이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에 조금의 기대를 품은 것도 사실이지만 중학교 1학년이기에 ‘사막화’나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답은 나의 상상, 나의 감수성을 넘어서는 것들이었다..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공정무역의 ‘이상’을 보며, ‘현실’을 걷는다. - 백상미 2012년의 가을과 겨울 사이 즈음 일이다. 내 나이 29세,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으로 강남 의 대형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난 후, 연극에 특출한 소질 없음 ‘반(50%)’, 생계 문제 ‘반’의 이유로 평범한 4년제 대학의 내 또래 친구들보다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터라, 커피업계에 몸 담은지도 어느덧 7년이 다 되어가던 해였다. 돌아보니,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주기에 마땅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오던 중, 급작스레 아버지 상을 치르게 되었고 방향 없이 쳇바퀴처럼 돌던 내 인생의 시계바늘을 잠시 멈추어, 미쳐 아직 쫓아오지 못한 내 영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깊은 고민 끝에 지금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