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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상작

[청소년부문] (수기) 공정여행 체험이 연탄 배달, 피자 나눔으로 - 이재복

공정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

‘인생길을 가는데 급하게 고속도로만 가지 말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국도로 천천히 가자’고 늘 마음먹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와 처음 맞이하는 여름방학은 나에겐 매우 중요하였다. 모자란 공부도 해야 했고, 기상청의 청소년 기후변화 동아리 활동과 동문 선후배로 이루어진 봉사동아리 ‘유성가꿈이’ 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3년째 하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맹꽁이 모니터링 활동도 같은 기간에 잡혀 있었다.

그러나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금장 인증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에 탐험활동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또 이번 방학 아니면 다시 기회를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테니까. 부모님과 많은 고민 끝에 눈 딱 감고 공정여행부터 다녀오기로 결심하였다.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슬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공정여행이란 무엇일까. 필리핀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원주민들이랑 같이 생활하고 밥을 먹는다는데 괜찮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속에 필리핀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계단식 논 복원활동을 떠나게 되었다.

공정여행은 여행객들이 값비싼 다국적 식당이나 호텔보다는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숙소를 사용하며, 현지인들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고 아울러 에너지 소비를 적게 들이는 여행을 하는 착한 여행을 말한다. 우리가 지킨 공정여행의 첫  원칙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나라의 교통편을 이용한 것이다. 그 나라의 교통편을 이용해야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내내 필리핀항공과 필리핀 사람이 운영하는 렌트카, 지프니 등을 이용하였다. 두 번째 원칙은 현지 주민들의 삶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홈스테이를 하였다. 패키지 여행은 단체로 급히 먹고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공정여행은 원주민들과 함께 먹고 생활하면서 제대로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스러운 여행이다.

공정여행 세 번째 원칙은 3천년이란 긴 세월 동안 기계 도움 없이 직접 손으로 쌓고 깎아서 만들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계단식 논을 복원하는 거다. 그런 소중한 문화유산이 세계인들의 무분별한 관광화와 사람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하여 다시 파괴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필리핀 원주민들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론 그 지역 생산품을 소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공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수공예품 쇼핑을 했다. 여기에서 판매한 수익은 현지 아이들의 학교 교육을 위해 쓰인다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필리핀 원주민인 이푸가오족 축제의 주제처럼 이번 공정여행은 ‘안녕, 평화, 그리고 행복’ 자체였다. 방에 가만히 틀어 박혀 공부만 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값진 경험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재산이 될 것이다. 그 순간에는 힘겹고 괴롭기는 하였지만 일을 마치고 났을 때 둘러본 그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준 바타드 계단식 논은 말 그대로 천상의 녹색계단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필리핀 아이들의 맑은 눈을 잊을 수 없으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그 날까지 기후변화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윤리적 소비가 동반되는 공정여행을 또 다녀올 생각이다. 

‘같이의 가치’와 ‘나눔과 배려’

아쉬움을 남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공정여행과 해외봉사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같이의 가치’를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나도 ‘나눔과 배려’를 제대로 실천하고 싶었다. 그것은 작은 것이라도 주위의 소외계층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그동안 받은 봉사대회 상금과 푼푼이 모은 용돈을 털었다. 100만원이나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 봉사로 받은 상금을 다시 좋은 뜻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에 미치니 오히려 가슴이 뜨거워지고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었다.

홀몸어르신이 생활하고 계시는 할머니 사랑방에서 겨울에 쓸 연탄이 없어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는 당장 연탄 500장을 후원해 드리기로 결심하였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유성가꿈이’ 봉사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추운 겨울날 산비탈길에서 직접 연탄을 쌓아 드렸다. 연탄창고까지 거리가 멀고 비탈길이라 2시간 동안 얼굴에 검뎅이까지 묻혀가며 열심히 연탄을 날랐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후배들과 힘을 모아 500장을 우리 힘으로 쌓아 드렸다. 그리고 나머지 성금으론 인성도 바르고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다모아지역아동센터)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며 멘토링을 하기로 하였다. 비록 작은 나눔이지만 앞으로 ‘꿈과 끼’를 마음껏 펼쳐 나가기를 기대하면서...

나는 현재 2개의 봉사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다. 하나는 어은중 선후배 동문으로 구성된 ‘유성가꿈이’이고 또 하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지족고 42명으로 구성된 ‘JB' 동아리다. ‘유성가꿈이’는 중2부터 고2까지 모두 19명이며 선후배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2개의 동아리를 이끄는 것이 보통 힘들지 않다. 그러나 또래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어 늘 힘이 난다. ‘같이의 가치’다.

금년 여름은 너무 더웠다. 지구가 아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기상이변도 이상기후도 아닌 기후변화로 다가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몇 도까지 올라가?” 이렇게 날씨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햇과일을 열대과일이 점령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매년 기후변화는 심각해질 테고 그에 따라 예비전력은 바닥으로 떨어져 정전대란을 걱정하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잘못된 습관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하여 사랑의 연탄 쌓기

많은 고민 끝에 에너지절약과 윤리적 소비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제목은 ‘에너지 절약하여 사랑의 연탄 쌓기’ 프로젝트다. 작년에는 연탄배달 봉사를 나의 상금으로 해결하였지만 금년에는 봉사상금이 조금 줄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먼저 동아리 회원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할 ‘생활 속 작은 실천’을 정하였다. 대부분 실천사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줄이기, 그리고 윤리적 소비활동에 관해서다.

1. 사용하지 않는 전등과 시간대에 따라 불필요한 조명은 끈다. (에너지절약)
2. TV, 컴퓨터 등 안 쓰는 전기코드를 뽑는다. (대기전력 줄이기)
3. 식사할 때 밥․반찬을 남기지 말고, 편식을 하지 않는다. (건강)
4. 세수할 때나 샤워할 때 언제나 소중한 물을 아낀다. (물 부족)
5.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한다. (아나바다 운동)
6.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BMW)
7. 항상 고운 말을 사용하고, 착한 행동으로 타의 모범이 된다. (바른 인성)

‘에너지 절약하여 사랑의 연탄 쌓기’ 프로젝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1주일간 동아리 회원 각자가 자기 집에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실행한다. 둘째, 주말에 부모님과 마주 앉아 반드시 대화시간을 갖는다. 셋째, 1주일에 1장씩(500원) 연탄을 적립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잘 했으면 부모님이, 잘못 지켰으면 학생이 적립한다. 넷째, 실적보고와 함께 매월 동아리 통장에 입금한다. 다섯째, 총무가 정리하여 회장에게 보고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그동안 정성껏 모은 ‘사랑의 연탄’을 지역사회에 계신 어르신이나 복지소외계층에게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배달해 드리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동아리 회원 각자가 자기주도적으로 가정에서 1년간 절약한 에너지와 윤리적 소비를 다시 ‘사랑의 연탄’으로 환원하여 복지소외계층과 지역사회에게 청소년 스스로 직접 배달까지 하여 선순환시키자는 것이다. 

직접 만든 ‘사랑의 피자’를 어르신과 나누며 孝실천하기

또 하나의 프로젝트도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도 가끔은 피자와 콜라가 드시고 싶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당연히 피자를 싫어할 거라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렇게 어르신과 청소년 간에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 무더운 여름방학, 지족고 청소년 봉사동아리 ‘JB’와 함께 4회에 걸쳐 유성구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는 제과제빵 체험활동에 참여하였다. 9월에는 어은중 선후배 동문 동아리 ‘유성가꿈이’를 이끌고 다시 ‘사랑의 피자’ 孝실천 활동에 나서게 된다.

‘사랑의 피자’는 건강에도 좋고 영양이 풍부한 우리밀로 만든다. 그 위에 양파, 버섯, 올리브, 옥수수, 페페로니, 햄, 감자나 고구마, 피망, 치즈 등 많은 재료를 듬뿍 도핑한다. 225도의 컨베이어 오븐에서 잘 구워낸 다음 8등분하고 피클과 소스를 함께 넣어 동아리 회원이 직접 포장까지 한다. 이렇게 정성껏 준비한 ‘사랑의 피자’는 동구에 위치한 선우노인복지센터와 할머니 사랑방, 대전보훈요양원 등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전달해 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친밀한 정서감을 주고받으며 어르신 공경 孝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정성스럽게 직접 만든 ‘사랑의 피자’를 복지소외계층인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면서 진정한 孝 정신을 되새기고, 청소년이 어르신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어르신들이 피자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우리 마음은 사랑과 행복이라는 선물로 가득 채워진다. 어르신은 외롭다. 세대 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 인성교육은 학교보다는 가정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포장된 말이나 정책보다는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더욱 필요한 때다.

어르신 공경 孝실천과 에너지 절약으로 ‘윤리적 소비’ 배워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을 초청해 큰절을 올리고 작은 음악회를 열어 마음의 외로움을 덜어 드리고, 손에 손잡고 연구원을 거닐며 대화를 나누고 경치 좋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안마도 해 드리고, 식사 때가 되면 갈비탕과 떡, 과일로 정성껏 식사수발을 한다. 4년째 이어지는 ‘어르신 초청 행복나눔’ 봉사활동은 그동안 여러 언론에 소개가 되어 기분이 좋았고 올해 노인의 날에도 또 다른 나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제1의 에너지는 불, 제2의 에너지는 석유, 제3의 에너지는 원자력, 제4의 에너지는 신재생 그린에너지이고 제5의 에너지는 에너지절약이다. 에너지절약이 곧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석유가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 10대 에너지소비 국가이며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이다. 그래서 비용도 전혀 들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만 하면 되는 에너지절약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줄이기는 에너지절약과 직결된다. 나는 학교에서 종이 대신 e-mail 이용, 컴퓨터 전원 끄기, 대기전력 절약, 급식 남기지 않기, 교실․화장실․복도에 에너지절약 스티커 붙이기 등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가정에서도 세제 줄이기, 냉난방 온도 1℃ 씩 줄이기, 자전거 타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을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더 미룰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청소년부터 지구환경과 에너지절약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동아리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맑은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리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는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같이의 가치’처럼 내가 가진 것을 주위 분들과 함께 나누고 자그마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 바로 윤리적 소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과 어르신 공경 孝실천을 통해 차근차근 윤리적 소비를 배워 나가고 있다. 우리 청소년부터 앞장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