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윤리적소비수기공모전수상작'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1.08.04 인도의 디자인 세와 - 노점상 여성들이 만든 노동조합
  2. 2011.07.28 구텐탁(Guten Tag)! 공정무역! (2)
  3. 2011.07.27 영국에서 만난 장애인의 천국

인도의 디자인 세와(Design SEWA) 방문을 통해 본 윤리적 소비 - 이우춘희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좀 더 싸게!!” 

 전 세계가 마법처럼 외운 주문이 바로 “좀 더 싸게!!”가 아닐까 합니다. 좀 더 싸게 많은 물건들을 만들어내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물건을 파는 주문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더 “싸게”사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의 자원과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해서 “불공정”하게 거래를 하고, 이를 통해 우리 손에 “좀 더 싼” 물건이 쥐어지는 것이겠지요. 즉, “싸게” 구입한다는 말에는 “착취”와 “불공정”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진 않을까요?
 

세와의 옷을 파는 ‘토픽’과 세와의 펀자비를 입은 필자

세와의 옷을 파는 ‘토픽’과 세와의 펀자비를 입은 필자


 Made in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멕시코, 칠레, 볼리비아, 케냐 등 여러 제3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정말 싼 가격에 여러 나라로 수출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비할 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곳의 산림을 모두 불태운 후, 우리가 입을 옷의 원단인 목화를 심고, 이를 재배하기 위해 과도한 농약이나 화학약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은 계속 대물림되며, 사람들의 건강 또한 악화되겠지요. 더글러스 러미스의 책『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에 나온 주장처럼, 가난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했더니 가난해지는 제3세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빈곤은 고스란히 힘없는 약자인 아이들과 여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지요. 이처럼 빈곤의 여성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인도 세와(SEWA)라는 여성단체를 방문했습니다. 세와(SEWA)는 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의 약자로, ‘자기 스스로 고용한 여성들의 연합’이란 의미에요. 아무도 배우지 못하고 힘없는 여성들을 고용하지 못한다면 그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그 여성이 스스로를 고용하면 됩니다. 그래서 탄생한 단체가 세와입니다. 일자리를 통해서 자신들의 빈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지 않나요? 
 
저희가 그곳에 가게 된 사연인즉슨 이러합니다. ‘아시아여성연구’라는 수업시간에 장필화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문득 이렇게 물으셨어요. “빈곤이 무엇일까요? 젊은이들은 그런 재미없는 주제를 좋아하지 않죠?” 아시아에서 ‘빈곤’ 그리고 ‘여성’을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석유가격은 상승하고, 곡물가격이 치솟는 이 시기에,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으면서 빈곤층이 더 이상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이런 대안을 우리가 늘 미국이나 서유럽이나 북유럽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인도의 세와(SEWA)입니다. 

 인도의 세와(SEWA)는 여러 가지 사업들과 조직들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차근차근 소개해 드릴게요. 우선 세와(SEWA)는 구자라뜨주(州)의 아메다바드시(市)에서 1972년 설립되었고, 설립자는 엘라 바트(Ela Bhatt)라는 여성입니다. 세와(SEWA)에는 2006년 90만 명의 사람들이 인도 전역에 가입되어 있고, 그 중 40만 명이 Gujarat 주(州)에 삽니다. 엄청난 규모 아닌가요?

 그 여러 세와 조직 중에 ‘디자인 세와(Design SEWA)’이란 곳이 있습니다. ‘디자인 세와’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그 곳의 개개인의 여성들이 옷을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들이 디자인 한 제품은 시장에서 많이 팔리지도 않았고, 유통판로도 갖추어지지 않아서 여성들이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 세와’의 디자이너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디자인들을 발굴해내고, 이를 개발해서 여성들에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여성들은 그 디자인과 홀치기염색법(Tie-dye)과 같은 염색법을 배워서 옷을 만들고, 이 ‘디자인 세와’로 옷을 가져오고, 세와가 구축한 유통판로를 통해서 옷이 팔립니다. ‘세와샵(SEWA Shop)’에는 이처럼 여성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와의 디자인으로 인도 델리와 미국의 뉴욕에서 전시회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디자인 세와’에서 만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한 할머니는 저희에게 수공예 판목날염(핸드 블록 프린팅, Hand Block Printing)을 하는 방법을 보여주셨어요. 수공예 판목날염은 손바닥만 한 나무에 무늬를 새겨서 규칙적으로 무늬를 천에 찍어내는 방법입니다. 하나하나 찍어내는 그녀의 작업이 고되고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빨리빨리’라는 것이 몸에 베인 저에게는 어쩌면 기계로 단순히 찍어내는 프린트가 더 편하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한 땀 한 땀에서 찍어 나오는 판염에는 ‘정성’까지 함께 스며있습니다. 그 분은 고된 노동자가 아니라 거기에서는 장인이자 전문직 여성입니다. 여성들의 지혜가 그 할머니의 몸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지요. 세와의 상품의 모든 것이 천연 염색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천연염색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공예 판목날염을 보여주는 ‘디자인세와’의 전문직 여성

수공예 판목날염을 보여주는 ‘디자인세와’의 전문직 여성

 
‘세와디자인’이 있다면, 여러 지역마다 공동 작업장이 있고, 제가 방문한 곳은 바푸나가르(Bapunagar)의 샨티파스 센터(Shantipath Centre)였습니다. 여성이 일을 하게 되면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세와는 이를 알아채고 작업장에 선생님을 두어 여성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면서 일할 수 있는 복지의 개념을 갖춘 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여기는 힌두교인들과 무슬림들이 종교로 인해 충돌하는 지역이었고, 남성들은 서로의 지역에 들어가지 않기도 했다고 해요. 그러나 여성들에게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종교 갈등쯤은 문제되지 않았죠. 여성들은 서로에게 의지하여, 물물교환을 하고,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이렇게 서로 세와 작업장에서 만나면서 그들의 관계는 돈독해졌다고 합니다. 그 중 어느 한 여성은 남편을 잃고 망연자실했었는데, 다행히 세와를 만나서 다시 자립할 수 있게 되었고, 딸을 결혼시켰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도 했습니다.

바푸나가르(Bapunagar)의 샨티파스 센터(Shantipath Centre) 작업장의 여성들

바푸나가르(Bapunagar)의 샨티파스 센터(Shantipath Centre) 작업장의 여성들


이렇게 여성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만들어진 ‘세와’의 제품들은 그 곳에서는 지명도가 있다고 합니다. 세와에서 옷을 샀다고 하면 좋은 제품을 구입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인도여성들이 입는 사리, 스카프와 동생에게 줄 천연염색 티셔츠,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드릴 손수건을 세와에서 구입했습니다. 만약 제가 인도에서 글로벌시장의 유명 브랜드의 옷과 신발, 가방을 사왔다면, 제가 지불한 금액의 상당부분은 글로벌 회사로 가겠지요. 하지만 세와에서 산 옷과 스카프, 손수건을 사면서 지불한 돈은 그 지역에서 순환됩니다. 때문에 여성들은 도시빈민으로 내몰리지 않고 그 곳에서 계속해서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인도의 물가로 볼 때 세와의 제품들은 가격이 약간 높지만, 제 스카프를 할 때마다 저는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자부심’까지 함께 입고 다닙니다.

 이처럼 착한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는 이러한 여행을 하면서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물건을 구입하고 이로 인해 그 지역으로 화폐가 순환된다면, 지역경제는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립한 여성들이 계속해서 삶을 유지해나간다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겠지요. 인도에서 만난 세와의 담당자인 프레띠바가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지요. “여성이 부유해지면, 가족이 부유해집니다.” 특히 여성들이 자립을 하게 되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소나 닭을 사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가족부양을 하게 되는 메커니즘이 있다고 말입니다. 여성의 빈곤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한 가닥의 희망이 희망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겠지요.

 신자유주의 칼바람이 불어치고,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금융경제의 추락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연대의 끈이 있고, 서로서로가 파괴되지 않고 공생함으로써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윤리적 소비일 것입니다. 제3세계 여성들은 삶의 보전하고 더불어 인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신들의 지혜가 담긴 물건을 생산하며, 그들의 지혜를 우리에게 조금 나눠주고자 희망의 손길을 뻗치는군요. 우리는 그 손을 뿌리치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마주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물건의 값을 깎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조금 비싸게 느껴질지라도 “정당하게!!!!” 구매하는 것이 서로가 살아남는 방법, 즉 윤리적 소비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환경재단과 G마켓의 후원인 ‘2008 그린 아시아’ 프로젝트 덕분에 2008년 7월에 인도 세와에 다녀올 수 있었고, 2008 그린 아시아 보고서를 참조하여 글을 썼습니다.

** 이 글은 김정희님의『공정무역, 희망무역 (아시아의 여성 공정무역을 중심으로)』책을 읽고 제가 쓴 리뷰를 참고해서 썼습니다.

Posted by 사회적경제

구텐탁(Guten Tag)! 공정무역!

2011.07.28 09:12 사회적경제 사례 | posted by 사회적경제

구텐탁(Guten Tag)! 공정무역! - 윤여정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독일 공정무역 가게 Welt Laden"

저는 2009년도 상반기에 독일 Nuertingen 대학교의 교환학생으로 생활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Welt Laden(World Shop), Nuertingen' 이라는 공정무역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유럽은 마을 단위로 공정무역 가게가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독일에는 800여개의 Welt laden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기관은 공정무역 가게를 설립 및 운영 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점의 비전 및 목표, 정보(각종 문서 양식, 공급업체 등), 로고(디자인), 잡지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공정무역라벨(FLO)이 부착되어 있지 않은 상품의 조사 및 감시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정무역의 홍보, 정책 반영활동, 국제적 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Weltladen 연합의 지원을 받은 지역 상점은 연간 수익의 약 2%를 지불하고 있다고 합니다.

Nuertingen 공정무역 가게는 카톨릭 교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는 Farmer's Market에서 몇 가지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가져다가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지금과 같은 상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커피, 차, 초콜릿, 잼, 파스타, 수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 11:30~15:30, 4시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입고 물건 확인 및 진열, 계산, 상점 장식, 커피 및 음료 만들기 등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독일 아줌마, 할머니들과 수다 떠는 즐거움과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느려도, 실수해도 ‘하쿠나 마타타(No Problem)’하면서 마음껏 하라는 격려를 받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줌마, 할머니가 모델"

2009년 6월 12일에는 뉴팅겐 마을의 축제가 있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상점들이 저녁 6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 날은 자정까지 가게들이 문을 열고, 사람과 음악으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이 날을 맞이하여 공정무역 가게에서도 커피, 와인 등 음료를 판매하고, 밤 10시에 공정무역 Fashion Show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원 봉사자들이 공정무역 가게에 있는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을 이용하여 꾸미고,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행사 3일 전, 가게 문을 닫고 예비 모델(?)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상점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 할머니들이 너무 즐거워하셨고, 감각과 센스가 뛰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들이 이것저것 갖다 주시면서 챙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Green 컨셉에 맞춰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워킹 할 때의 자세와 몸짓도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순간, 과정이 너무 애틋하고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행사 날! 저는 Fashion Show 전까지 상점 밖에서 음료를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행사시간인 밤 10시.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구경 온 친구가 있어서 더욱 긴장을 했습니다. 저는 Paula 할머니와 함께 입장을 했는데, 할머니는 여유롭게 포즈를 취하며 맵시를 뽐내 셨지만, 저는 너무 떨려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Ulike 아줌마가 “너무 이쁘고, 수고했다.”라고 하시면서, "너가 이 순간을 즐기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부터 진행까지 경험해보면서 '봉사'라는 것은 자신에게 꿈, 자신감, 즐거움을 주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공정무역 가게 초창기부터 10여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힘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아하! "

제가 독일 공정무역 가게에서 약 4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원봉사자를 잡아라
Welt Laden을 움직이는 건 50여명의 자원봉사자입니다. 대부분 주부, 퇴직 여성,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자체가 공정무역 홍보대사이자 소비자 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봉사자 이다 보니, 아는 사람이 손님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로 안부를 전하며 상품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Anna 아줌마 처럼 소비자에서 자원봉사자가 되기도 하고, 봉사하고 나서 가게에서 장을 보거나 지인선물을 구입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가끔씩 친구들에게 공정무역 초콜렛을 선물하며 상품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2) 교육, 소통의 공간
저는 매주 월요일 오후에 갔지만 일손이 필요한 다른 요일과 시간대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교육용으로 이용하는 생물학 선생님 Eva, 은행원이지만 매달 1회 봉사하는 Andrea, 간호사 Lioe, 실습생 Maria 등... 자원봉사자 중 부부 또는 모녀가 함께 하는 것을 보았는데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는 이곳 자체가 공정무역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친환경 와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있는 학생, 장애인을 고용한 레스토랑에서의 물품 구입, 정책제안을 위한 서명운동 등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3) 친근한 고객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상점에 들어선 마을 사람들은 한국인 자원봉사자인 저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습니다. 계산이 조금 느려도, 더듬더듬 독일어 숫자를 말하면 잘 대답해 주시고, 함께 독일어 숫자를 1~10까지 같이 세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웃 같은 다정한 손님들 덕분에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4) 조직운영의 핵심은 '배려'
공정무역 가게는 3명의 정규직원(총괄, 머천다이저, 봉사자 관리)와 봉사자 50여명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회의. 행사 등에 대한 공지와 업무일지를 기록할 수 있는 공통문서를 열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 봉사자와 신규 봉사자가 함께 배치되어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빨리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일을 천천히 해도 괜찮았습니다. 간혹 실수를 할 때면 '하쿠나 마타타'하면서 격려해주시고,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일을 찾아하게 되었습니다.

5) 열린 회의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저녁은 월례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여기서 새상품 소개 및 시음, 판매 촉진 방안, 건의사항, 행사, 나아가야할 방향, 정치적 활동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점 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5월달 회의에서는 짐바브웨에서 온 Missel이 사진과 함께 공정무역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하고. 새 상품(액자, 멸치, 과일)등을 선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철저한 분리수거(일반 쓰레기, 종이, 플라스틱, 음식물), 이면지 사용, 재활용 포장 상자 및 에코백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료쿠폰, 시식, 상품권 등 경영적 요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꿈

사실 독일 공정무역 가게에서 봉사활동 한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윤리소비에 대한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름다운 가게, 녹색가게, 공정무역 가게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윤리소비를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서울, 수도권 등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마다 하나씩,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상점이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 세상과 소통하며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상점을 같이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Posted by 사회적경제

장애인과 봉사자의 천국 - 박세아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제 3세계 아이들에게 정당한 값으로 돌아가는 착한 초콜릿, 알차고 의미 있는 여행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공정여행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소비 형태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원하던 합리적 소비 형태에서 생산기업의 사회적 인식이나 제품이 지닌 공정성, 즉 ‘상품의 의의’를 따지고 구매하려는 윤리적 소비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러한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산 작업장을 얼마 전 직접 체험하고 돌아왔다.

런던에서 5시간 반 정도 떨어진 Wales의 작은 시골 마을 Llandovery.

지역 주민들과 문화행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봉사자들

지역 주민들과 문화행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봉사자들


이곳엔 18세에서 25세 까지 신체 및 정신 지체를 지닌 청년 장애우들이 살고 있는 ‘Coleg Elidyr’ 란 이름의 캠프힐 커뮤니티가 있다. 캠프힐 커뮤니티란 1940년 영국에서 처음 세워진 장애우 공동체로 장애우와 비 장애우가 함께 살아가면서 다양한 특수 교육을 통해 이 들의 행동발달과 사회적 자립을 도와주는 시설이다. 현재 영국을 비롯한 독일,미국,캐나다,남아프리카 공화국,아일랜드 등 19개국 90개 이상의 공동체가 있다.

나는 영국 어학연수를 준비하던 중 이 곳을 알게 되었고 20대인 나 스스로에게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선사 해주자는 생각으로 장기자원봉사를 지원을 하게 되었다. Coleg Elidyr는 모두 7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중간 규모의 커뮤니티다. 규모에 따라서 한 집에는 약 6명의 장애학생들과 6~7명의 봉사자들이 거주하고 어시스턴트 매니저나 서포터 워커와 같은 출퇴근 스탭, 그리고 하우스매니저가 함께 일을 하는데 이 모든 사람들은 매우 수평적 관계에 놓여있다.

장애학생부터 시작해서 나와 같은 외국인 근로 봉사자에 대한 인권과 행복추구가 철저하게 보장된 그야말로 행복한 일터이자 배움터인 것이다. 그래서 캠프힐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이곳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하며 선진국 형 장애우 시설과 그 운영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각 커뮤니티마다 약간의 환경은 다르겠지만 이곳은 감자밭, 목장, 수공업장, 식료품 가게 등을 갖고 있고 그 밖에 베이커리와 Pub (영국식 호프집)을 시내에서 경영하고 있다. 때문에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식료품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유기농 채소를 기르는 일과 방목된 목장에서 건강하게 사육된 가축을 키우는 일은 모두 학생들 수업 중 일 부분이다. 이들은 수확의 기쁨이나 식물의 생장과정을 자연 속에서 직접 느껴갈 뿐 아니라 이러한 수업은 장애 발달 개선에도 매우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각종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소규모 비닐 하우스

각종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소규모 비닐 하우스


그 밖에 필요한 생필품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대형마트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동체에 들어오곤 했는데 설령 시중 가와 똑같은 가격으로 사게 되더라도 메인오피스에 영수증을 첨부하면 그만 큼 할인된 가격을 받았다. 마트는 물론이고, 우체국, 영화관, 각종 문화시설 등 장애학생을 포함한 봉사자들 까지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장애우 시설이 이렇게 지역사회로부터 특혜를 받게 되다보니 공동체는 공동체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국가나 지역단체에서 받은 경제적, 사회적 보장은 반드시 다시 지역사회를 위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내에서 생산된 상품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열리는 각종 음악 공연과 연극 등 문화적인 행사 그리고 다양한 바자회가 그것이었다. 그렇게 얻는 수익금은 공동체 운영에 쓰이고 우리는 질 좋고 건강한,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또 다시 사회로 환원한다. 지역사회와 장애우 시설, 그리고 지역주민의 열린 의식이 모두 모여 그야말로 착한 소비를 나타내는 ’선 순환 구조’ 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장애우 학생과 다운증후군 친구들에게는 사회성과 협동심, 자립능력을 키워 주고 나아가서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영국의 캠프힐은 학생들이 단순히 장애우로서, 사회로부터 격리 또는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닌, 모의 삶의 현장에서 사회생활의 기술을 터득하며 경제관념을 익히고 공동체를 떠난 후에도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도움을 받는 곳이다. 특히 상점과 시내에 위치한 베이커리 그리고 pub에서는 사회로 나가기 바로 이전 단계에 있는 친구들이 일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직접 구운 빵이나 수제 쨈을 사기도 하고 펍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사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들을 같은 동네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하지 장애를 흠잡거나 이들의 서툰 솜씨에 불평을 토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식품첨가물이 넘쳐나는 요즘, 오히려 우리가 손수 키운 친 환경 채소와 천연 발효 빵을 시중상품들과 비교하며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여겼다.

양을 비롯한 각종 가축 사육장

양을 비롯한 각종 가축 사육장


물론, 수업시간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상점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상품을 내 놓기는 힘들고 수익률이 그다지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장애의 정도에 맞게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나의 가장 멋진 상품을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그 안에 담긴 소중한 땀방울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캠프힐 상점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니다. 상품의 가치가 우선시 되지도 않는다. 장애를 내세워 연민과 동정으로 거래를 하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장애우가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한 조건에서 빚어 낸 빵 한 조각과 치즈, 작지만 단단한 감자와 양배추에 정당한 가격을 달아 판매하는 것이 그들에겐 사회적 자립을 조금씩 실천하는 의미 있는 과정인 것이다.

바로 그 과정 안에 정답이 있었다. 장애우와 함께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와 여러 스탭들은 그들의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로부터 정기적인 교육, 위생, 장애치유 관련 세미나 등을 철저하게 받고 있다. 비 장애우의 인격보다 장애우의 인성과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더 존경받고 보호되는 이 작은 지상낙원에는 장애우 고용의 불합리나 장애우 노동 착취라는 말은 존재 할 수가 없다.   장애우와 비 장애우가 함께 일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터가 다름 아닌 이 곳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며 지역사회로부터 자연스럽게 윤리적 소비를 소리 없이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6,17일 나는 MBC뉴스에서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험차별과 인권실태에 대해 집중취재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정신 장애가 암보험 가입불가 요인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자녀마저 보험가입이 어려운 현실,.. 자유도 개인의 인권도 존재하지 않는 시설보다는 탁 트인 곳에서 노숙하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한국의 젊은 장애우들... 내가 영국에서 보낸 캠프힐 생활이 기적처럼 느껴진 이유는 어쩌면 우리나라 장애우들 의 인권과 사회적 대우의 실태가 자꾸만 겹쳐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쪽으로 11시간 떨어진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그러한 현실이 마치 역사처럼 진행되어가고 있지만 나는 현재 ‘신 유토피아’인 이 곳 에서 매일매일 색다르고 놀라운 장애우의 인권을 만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과 이상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겪었던 지난 경험을 통해 진정한 윤리적 소비를 배우고 느꼈으며 착한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국가의 적극적인 보장체제와 지역사회와의 지속가능한 연계시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시민들의 의식전환 이 세 박자가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윤리적 소비는 엄밀히 말해 ‘소비’가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매우 의미 있는 ‘생산’ 인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착한 소비의 씨앗이 훌륭한 경제성장의 원천이 될 그 날을 기대하며 한국의 장애우 인권과 노동 권리가 선진국 못지않게 개선될 미래를 꿈꾼다.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