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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5 09' 수기부문 동상 / 가난뱅이들의 윤리적 축제

2009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가난뱅이들이 먹고 즐기는 윤리적 축제.
김이경

2006년. 대학생 몇몇이 함께 모여 세계의 빈곤 문제, 인권, 소비자 문제를 고민하였습니다. 이들 중 2명은 빈곤의 현장을 직접 보겠다며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네팔의 공정무역 단체와 지속가능한 관광(공정여행), 인도의 공동체를 방문하여 이를 글로 싣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또 이들 중 2명은 한국에 있는 공정무역 단체들이 마음을 내어 서로 연대했으면 하는 생각에 대학생 공정무역 단체(F.Y.N.K: Fairtrade Youth Network Korea)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정무역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던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가 외치는 ‘가난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공정한 무역’, ‘지속가능한 환경’ 과 나의 생활은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보니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빈곤을 고민하면서도 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돌았고 음식을 남겼습니다. 또한 남들에게는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면서도 나의 행동은 귀찮다는 이유로 환경에 해가 되는 행동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정무역 운동을 하면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지금은 학생이어서 못 사지만 돈 벌게 되면 살게요.”라는 말만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말과 삶이 괴리되었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흑석동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흑석동의 옥탑방에 둥지를 틀고 ‘만행’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면 공정무역 상품도 돈을 모아서 살 수 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환경을 덜 해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행’이라는 공동체는 대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선 청년들이 만든 곳입니다. ‘만나면 행복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만들면서 행복한 잡지, 만행’이라는 무크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번 마음을 내면 만(萬)일(30년)을 하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청년 공동체 ‘만행’은 돈이 없는 20대이지만 티끌도 모으면 태산이라고 가진 돈을 조금씩 내어 집을 얻어 함께 도시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돈’이 모이니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선 먹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우선 재개발이 한창인 흑석동에서 없어질 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을 이용하여 식품을 구입하기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꼭 환경마크가 찍혀있고, 생산자를 확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윤리적 소비 운동을 직접 해 본 저희들로서는 ‘윤리적’이라는 의미가 확장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저희는 지역에서 지역 상권이 활발해 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희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함께 밥을 먹는 ‘밥상 공동체’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 때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보다는 이것에 밀려 손님이 점점 없어져 가는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재래시장에서 팔지 않는 상품은 근처 원불교 법당 1층에 위치한 생협을 이용합니다. 시장을 이용하면서부터 달라진 점은 장을 보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맛있는 김치전을 굽는 아주머니의 땀, 돈 없는 학생들한테 오이 한 개를 더 얹어주시는 아저씨의 넉넉함, 포도를 살 때 한 근 더 달라고 보채는 우리들에게 웃으면서 자두 두 개를 쥐어주시는 아주머니의 미소 등. 시장에서 저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상품이 교환될 때 돈 외에도 많은 것이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상품 생산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돈이나 기계라고 생각하며 ‘사람’의 존재를 잊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래를 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더더욱 많은 바람직한 소비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는 식품들이 모두 환경적으로 생산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때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한살림의 기둥이신 장일순 선생님께서 유기농 상품만 고집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농사짓는 자가 여직까지 농약뿌리고 비료만 가지고 했던 농사를 이제 저농약으로 하면서 변화해가는 동안에 그 농산물이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그런 때에 함께 해 줘야 한다.”

서울에는 많은 학생들이 집을 떠나 자취방, 하숙집, 기숙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살거나 친구와 살 경우 끼니를 잘 챙겨먹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할 나이에 잘 먹지 못하고, 또 먹어도 영양가 없는 것들만 잔뜩 먹곤 합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돈이 없는 학생들이나 직장을 잃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즉석식품(편의점 삼각김밥 같은)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던데,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가 이제 먹을 거리를 나누는 문화도 사라졌구나 하면서 안타까워했답니다. 함께 모여서 돈을 조금씩만 보태면 – 최대 2,000원이면 됩니다. – 영양가 있는 근사한 식단은 물론이며 집 떠난 학생들이 쉽게 사서 먹지 않는 제철과일까지 먹을 수 있답니다. 물론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겠죠.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는 당연히 기분 좋은 것들뿐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들어진 이야기들까지 함께 먹으니 어느 누구 부러울 자가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은 뒤에 차(茶)를 자주 마시게 됩니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저희들은 놀랍게도 멕시코에서 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를 마십니다. 아마 저희도 각자가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해서 혼자 집에서 마신다면 비용적 측면에서 꽤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조금씩 십시일반한 돈으로 2년 전부터 우리가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알렸던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돈’이 없는 학생이어서 공정무역 상품을 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 없는 학생들이 푼돈을 모아 함께 즐기는 카페를 만들어버렸습니다. 만행카페에 오시면 공정무역 커피는 물론이며 부산과 광주에서 직접 볶은 각종 차를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과 차를 마신 뒤 하는 설거지는 철저히 친환경적으로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로 헹궈도 될 그릇들은 세제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제를 사용할 일이 생기면 이로운몰에서 구입한 친환경 세제인 ‘에코팜’ 또는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세제를 이용합니다.

언론에서는 ‘88만원 세대’라는 경제적인 용어로 저희들의 삶을 재단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삶을 꿈꾸지 못하고 토익 공부만 하고 취업에만 목을 매는 세대라고 하며 답답해 합니다. 하지만 저희 세대는 88만원 세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꼭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윗 세대들의 모습에서 엿보았습니다. 또한 꼭 좋은 음식이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와 생산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적게 벌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모여서 고민하고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현명한 소비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별게 있나요. 나와 옆집 사람, 그리고 마을 사람부터 챙기고, 여기서 공유될 수 없는 물건들은 정당한 거래를 거쳐서 온 것을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요. 더 나아가 가치를 교환함에 있어 화폐 외에 다른 기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윤리적 소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청년 공동체 '만행'이란? http://manhanging.springnote.com/
'만행'은 '몸으로 살고 삶으로 만나는 '지혜나눔공동체'입니다. 학교와 사회인의 경계에 있는 젊은이들이 흑석동에 모여 앎과 삶, 말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한 20대이지만 돈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 마음을 내어 매일 축제를 열고 있답니다.


 

Posted by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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