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경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8.20 주민을 춤추게 하는 협동조합
  2. 2012.08.09 공정무역과 협동조합은 '천생연분'

주민을 춤추게 하는 협동조합

[99%의 경제]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에는 ‘건강한 밥상’이라는 이름의 영농조합법인이 있다. 조합원 100명이 12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해 2010년 10월부터 도시 소비자에게 10여개 제철 농산물을 배달하는 ‘건강밥상 꾸러미’란 사업을 운영한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품목은 조합원(지역의 고령농과 소농)이 생산하는 유기농산물이다. 이 영농조합법인의 건강밥상 꾸러미는 매주 3500가구에 8000개씩 배달되고 있다. 연 30억원 매출을 올리는데, 최소한의 유통비용을 제외한 수입이 법인에 참여한 농민에게 돌아간다.

고령농과 소농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완주군의 로컬푸드 활성화와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서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 올해 2월 주민 40명이 5000만원을 출자해 설립한 용진면 도계마을의 영농조합법인 또한 싱싱하고 저렴한 농민매장이란 평가를 받는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 납품해 1인당 월 15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건강힐링마을로 사랑받고 있는 구이면 안덕파워빌리지도 마찬가지다.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며, 동시에 작지만 서로가 힘을 합치는 공동체 모델을 정립해가는 성공사례들이다. 정부가 외쳐대는 기업농이 아니라 소규모 가족농이 예전에는 결코 꿈꿀 수 없었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파급효과는 농촌에 그치지 않는다. 5명의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운영하는 ‘마더쿠키’는 사랑과 영양이 듬뿍 묻어나는 빵을, 중증 장애인들이 주축인 ‘완주 떡메마을’은 고실고실한 전통 떡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지역 내 태양광 발전시설을 운영할 공동체 회사의 탄생도 목전에 두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의 그늘이 깊고 시장 개방 이후 농업이 황폐화될 것이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안정과 사회통합의 요구가 커지고, 그를 담당할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상위 1%가 아닌, 99%가 잘사는 경제를 구현하는 협동조합 활성화는 그리 어렵지 않다. 농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층이 당장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가장 잘하는 일을 하도록 토대를 만들어주고 약간의 도움을 주면 된다. 그러면 모두가 웃고 행복해지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다.

로컬푸드, 마을회사, 커뮤니티비즈니스, 두레농장, 귀농귀촌, 재래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형 주민 공동체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협동조합으로 확대해 나가는 도전에 완주군이 나서고 있다. 주민 모두를 웃게 하는 일이다.

임정엽 전라북도 완주군수

Posted by 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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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과 협동조합 '천생연분'

[99%의 경제] HERI의 시선

2012년 런던올림픽은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렸다. 대회 기간에 소비되는 커피, 홍차, 설탕, 바나나 등 주요 음식물에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제품만 사용하는 것은 영국의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려 한 개막식과 맥이 닿는 것 같다.

이런 공정무역은 협동조합 운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실제 2010년 3월 런던에서 공정무역과 협동조합을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는 둘 사이의 관계를 ‘천생연분’(a match made in heaven)이라 표현했다. 우선 협동조합과 공정무역은 비슷한 정신을 공유한다. 협동조합은 농·축·수산업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가격과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공급해 생산자-소비자의 상생을 도모한다. 이런 정신을 국경 밖으로 연장하면 공정무역이 보인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의 생산물에 ‘약탈적’이 아닌 ‘지속가능한’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이들의 자활을 돕는 공정무역은 거대 독점자본에 맞서 경제적 약자가 단결하고 상부상조하는 협동조합의 정신과 같다. 그래서 공정무역의 출발과 도착점, 즉 생산과 소비에는 협동조합이 함께한다. 우선 선진국의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에서 가격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도 적용한다. 수입된 농·수·축산물의 생산과 공급과정에서 아동노동 같은 인권 침해가 없었는지를 알아보고, 전반적으로 저개발국 생산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쪽으로 구매 결정을 내린다. 덕분에 저개발국 생산자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다.

반대편에는 생산자 협동조합이 있다. 사실 공정무역은 개별 생산자보다는 생산자 협동조합과 주로 거래를 한다. 현재 저개발국에서 수출되는 공정무역 제품의 75%가 이런 협동조합이 출하한 제품이다. 영국 공정무역 단체 도움을 받아 탄생한 가나의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은 전세계 카카오 판매의 8%를 차지할 만큼 컸고, 2006년에는 영국의 ‘디바인’ 초콜릿 회사의 지분 4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생산자 협동조합은 또 저개발국 주민들의 자치와 참여의 디딤돌이 된다. 공정무역 프리미엄(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에서 나온 추가 소득)을 교육, 의료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데 협동조합의 1인1표 민주주의가 적용된다. 또 전통적으로 소외되었던 저개발국 여성들이 조합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발언권을 키워가는 것도 값진 결실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Posted by 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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