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지구수비대
(이대안 여수화양고)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래서 생산자이기보다는 소비자쪽이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은 당연한 것이고 소비를 하는데 있어서 내가 필요한 것 이상의 윤리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윤리적 소비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무슨 윤리냐? 웃기시네...’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윤리’라는 고리타분한 느낌마저 주는 단어가 내게 점점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내가 쓰는 볼펜은 made in Japan. 연필은 made in USA. 공책과 연습장은 표지가 예쁜 것을 고른다. 다소 비싸도 상관없고 그저 디자인과 색깔이 마음에 드는지 안드는 지 그것만이 나의 선택기준이다.
옷은 더구나 그랬다. 유명한 외국 메이커가 있는 것이 좋았고 비싸면 비쌀수록 그것이 마치 나의 분신인양 집착했다. 부모님을 졸라서라도 입고 싶은 옷은 반드시 입었고, 필요하다면 용돈을 모아 한번에 투자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맥도널드 햄버거, 피자, 콜라등이 나의 입맛을 땡겼고 토요일이면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 한번씩 먹어주고 있었다.
가만 돌아보니 이건 완전 비윤리적 소비의 전형이다.
“허지만 어때? 친구들도 다 그런걸 뭐....”라고 자위하며 그냥 넘어가기에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보고 바꾸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학교 기숙사에 있는 몇몇 친구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지구수비대’.
이름은 꽤 거창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빈 교실에 켜져 있는 형광등 끄기, 에어컨 끄기, 선풍기 끄기 등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잠깐씩 활동을 하는 것이다. 몸은 좀 바쁘지만 쉬는 시간 엎어져서 자는 시간을 이용하여 운동겸 뛰어다니니 몸과 마음이 다 가벼워져서 좋았다.
이렇게 실천할 수 있는 몇가지 일부터 우리가 행동으로 옮겨보고 난 후 학생회를 통해 전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건의를 해보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한 물건을 만든 기업들의 사회적 평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소비할 거라면 이제 그런 물건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르게 생가는 기업에 의해 생산되었는지 아니면 약하고 힘없는 제3세계를 통해 착취의 방법으로 생산되었는지도 한번쯤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브랜드만 보고 사던 여러 가지 제품들을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쯤 생각해본다. 농약 상자 안에서 배행기로 도착한 해외 농산물, 대형마트에서 제철 모르고 나오는 채소들, 로열티를 지급하고 들여오는 여러 가지 물건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제철과일이나 이왕지사 중소기업이나 장애인들의 협회에서 만든 물건들을 사는 것이 작으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의 한 행동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샀던 치약이나 물건들이 질도 좋고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게 소득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물건들을 만든 회사까지 알아야 한다는게 다소 부담이 되었다. 몰라서도 못고르는 것이었지만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유한 킴벌리나 TV 광고에서 등장하는 기업의 선전을 보면서 나름대로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 선전들이 이제는 예사롭게 보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눈을 뜨고 보니 나름대로 기준을 삼을 수 있는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광고가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껏 무심히 그냥 지나치고 있었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
미래의 소비자인 우리 청소년들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작지만 옳은 방법으로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훨씬 긍정적이고 정의로워질 것이다.
우리가 윤리적 소비를 생각하고 관심을 가진다면 그런 올바른 기업들이 더 커 나갈 것이고 그와 같은 작은 흐름이 커다란 파장으로 퍼져나가 생각이 올바르고 제대로 그것을 실현하는 기업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세계는 식량부족으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남의나라의 식량부족은 강 건너 불일지 모른다. 내 배가 부른데 남의 배고픔이 눈에 들어올까? 그러나 쌀이 남아돈다고 긴장을 풀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아 경지면적이 줄고 있다. 1982년 이후 곡물 재배 면적이 인구는 늘었으나 6억ha수준에서 정체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분적으로 쌀은 남아돌지만 밀이나 사탕수수는 오른다고 보아야한다. 지구전체로 보았을 때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면 지금 우리의 곡물의 패턴이 바뀌어져야한다는 것이다. 지구촌 10%이상의 인구가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가까운 북한에서도 식량난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이제는 나의 배부름에 이웃의 배고픔으로 눈감을 수 없다. 우리가 버리고 있는 수많은 음식들, 에너지들, 환경을 이제 양심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각없이 집었던 소비패턴을 바꾸는 일이다. 인간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내가 지금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은 이 세상이 한번만 쓰고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는 세상을 바꾸는 행동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느냐에 따라 미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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