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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공모전 안내/과거 공모전 수상작

10' 수기부문 동상 / 모두를 위한 소비

2010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모두를 위한 소비
김재욱(항공대)

 1년 전 전역을 앞두었던 나는 한겨레21을 통해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당시 한겨레21에서는 연중기획으로 지구를 바꾸는 행복한 상상- Why not’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무엇인지 소개하는 기사였다. 그 중, ‘소비의 의미를 조명했던 기사는 그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였던 나를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무조건 값싼 물건만 찾는 나로 인해 지구반대편의 아이들은 기본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일하며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들었던 감정은 슬픔과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미안함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나만을 생각했던 욕심으로 인해 결국 누군가 상처를 받아 왔던 셈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게 된 나는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에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가난한 군인에서 얼마 뒤면 가난한 대학생이 될 나에게 모든 물건을 윤리적 소비를 통해서만 구매하자는 결심은 쉽지 않았다. 대신 내가 택한 방법은 돈이 없다면 몸으로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가게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가게는 기부 받은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팔아 수익금을 마련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현재는 전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수익금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여러 분야에 쓰일 기금으로 전달된다. 당시 내가 사는 수원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에는 이미 많은 자원활동가가 있어서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라고 포기하려던 찰나, 얼마 전에 한 결심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가능한 매장을 알아본 끝에 나는 강남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자원활동가들은 청소부터 시작해서 기증받은 책의 가격 책정, 분류 그리고 판매와 같은 매장운영을 한다. 사람들과 같이 하는 자원활동은 보람은 물론이고 즐겁기까지 하다. 분명 몸으로 하는 일이 틀림없지만 힘든 노동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매주 토요일마다 나는 천사를 만난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으니 1년이나 넘게 천사를 만나온 셈이다. 나처럼 아름다운 가게 안에서 활동하는 자원활동가를 활동천사’, 책을 기증해 주시는 분은 기부천사’, 매장에서 책을 구매해 주시는 분은 구매천사라고 불린다.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이렇듯 다양한 천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각자 환경은 다르지만, 자기만의 방법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천사들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사회 역시, 모두가 처한 환경은 다를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한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 사회에 천사들이 더욱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매장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은 유치원 꼬마부터 시작해서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헌책방의 특성상 원하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일반 서점처럼 손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아쉬울 때가 있다. 구하고자 하는 책이 있어서 온 손님들께 검색서비스가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매번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그렇지만 책장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발견의 재미를 느끼는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에 다시 오도록 만드는 재미이다.



그 전까지 나는 사회와 남을 위한 행동은 봉사, 희생과 같이 무언가 큰 짐을 짊어지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고난의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생각에서 오는 부담감과 의무감 때문에 작은 무엇인가를 실천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나는 일상 생활에서의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 만으로도 우리가 처한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매일 마시는 커피를 공정무역 커피로 바꾼다면 제3세계에서 커피생산을 위해 기본적인 대우도 못 받으며 고생하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최소한이나마 지불한다는 것은 사실 당연해야 할 것인데 말이다

한번 읽고 책장에 방치될 수 있던 책은 기부함으로써 낭비될 뻔한 자원을 아낄 수 있다. 벌목 될 뻔 했던 한 그루 나무를 살릴 수 있다. 누군가는 그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것이다. 수익금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곳곳에 쓰이는 유용한 기금으로 변신한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나만을 생각하던 내 행동에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내 돈으로 사서 쓰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지금도 누군가는 그만큼 부당하게 대우를 받고 있다. 무절제한 소비가 우리 환경에 미치는 악 영양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경제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정해진다. 매우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그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다.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동시에 극심한 빈부격차와 환경오염이라는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 윤리적 소비를 통해 좀더 올바른 사회가 되는 내일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