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작은 울림, 소울을 만들면서
기민형

2007년 겨울. 한창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불이 붙었을 때, 영어 선생님께서 KBS에서 제작한 공정무역 다큐멘터리를 틀어주셨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유도 없기 눈물을 흘렸다. 지금 보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 때 흘린 눈물과, 지금 내가 흘리는 눈물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전자는 슬픔과 동정의 눈물이요, 후자는 부끄러움의 눈물이다. 나는 그렇게 눈물과 함께 공정무역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공정무역의 열렬한 후원자이다. 비록 많은 활동에는 제약을 받는 입장에 있지만, 처음 공정무역을 접했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일반고등학교 학생이다. 특목고 학생들처럼 학교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거나 할 수 없었다. 교장선생님이 학교 내에서 물품을 사고 파는 것은 금지하셨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동아리 활동들이 활성화 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없는 밑바탕에서 시작했다. 공정무역은 매우 좋은 형태의 무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는 평소에 부의 불공정한 재분배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농촌과 도시의 지역 격차뿐 아니라, 세계의 나라 별 격차까지도. 공정무역은 내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줄 해답임에 틀림없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알려진다면, 홍보만 잘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정무역을 지지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소울이었다.

2008년 겨울. 나는 여느때보다 훨씬 공정무역에 대한 열의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때, 내 눈에 띈 것은 내 친구의 가방이었다. 공정무역 마크가 붙여 있던 가방. 나는 그 가방을 보고 친구에게 공정무역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무역 아냐?”라고 대답했다.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라도 알고 있었다.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그것이 좋은 것임은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얼마나 멋진 말인지는 알고 있었다.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공정무역은 ‘도움’이 아니라 ‘무역’이라는 것과, 제 3세계 혹은 개발 도상국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질 높은 상품을 공급하는 무역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에게 ‘동아리’를 하나 만들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 친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때 나와 정희 그리고 영주언니 세 명에서 소울을 창립하게 되었다.

소울은 청소년 공정무역 위원회로서, 나(기민형), 이정희, 그리고 김영주 세 명이서 만든 전국 청소년 동아리이다. 공정무역을 청소년들에게 홍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소울’은 영혼, 정신이라는 뜻과 작은 울림이라는 뜻으로 세계에서 공정무역의 흐름 속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하는 소울의 정신이 담겨 있는 명칭이다. 우리는 우선, 서울에 있는 온캠퍼스에서 소울 창단식을 가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은 우선 삼성동에 있는 현대 백화점 견학부터 시작되었다. 현대 백화점에서는 조그마한 공정무역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공정무역 코너는 매우 작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처음에 우리는 실망을 했다. 잔뜩 기대를 안고 갔지만, 두 시간 동안 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두 분이 각각 커피와 초콜릿 하나씩을 사 가셨을 뿐이었다. 그 쪽 점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공정무역 제품은 백화점 매출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우리는 약간 실망했으나, 그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희망을 안고 그 곳을 떠났다. 내가 다음에 초콜릿을 사러 방문했을 때, 공정무역 코너는 굉장히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겨져 있었고, 팸플릿도 함께 놓여져 있어서 보기 좋았다. 무엇인가,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듯 하여 뿌듯했다.

다음에는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을 빌려 초콜릿과 시리얼 바 시식회를 가졌다. 우선 공정무역 초콜릿을 두 개 사서, 쪼개고, 시리얼 바 역시 쪼갰다. 그리고 한국 브랜드 초콜릿 두 개. 외국 브랜드 초콜릿 두 개를 각각 사서 쪼개고, 한국 브랜드 시리얼 바 역시 쪼갰다. 처음에는 맛만 심사하도록 했고, 그 다음에는 상표를 공개했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설문지 응답을 부탁했다. 맛과 상표에서는 공정무역 초콜릿이 압도적으로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가격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 더 싼 가격의 한국 브랜드 초콜릿을 선택했다. 이로서 우리는 공정무역 초콜릿이 상품화가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홍보가 안 됐기 때문도 있으나, 가격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우리의 샘플링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유기농 초콜릿으로 샘플링을 했어야 했는데, 나머지 두 초콜릿은 유기농 초콜릿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많은 깨달음을 준 성공적인 시식회였다.

( 건국대학교 시식회장에서 준비중. 왼쪽부터 이정희, 기민형, 김영주 )

세 번째로 우리는 안국동 울림 사무소를 들려 공정무역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정 연선 님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또한, 간단한 대표님과 질의 응답을 가졌다. 또 소울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드리고, 한 명 한 명을 소개했다. 이 때는, 영동고 왕호근과 대전외고 이서우가 합류해서 이제 좀 더 위원회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는 공정무역과 좀 더 가까워 졌음을 느꼈고, 더 열심히 공정무역을 한국 사회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중)

그리고 지난 6월 13일 토요일. 우리는 온캠퍼스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청소년 공정무역 워크숍이라고 명명된 이 워크숍에는, 서동신 매니저님께서 강의를 해 주시러 와 주셔서 더욱 뜻 깊은 워크숍이 될 수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 신청을 해 주었고, 또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희망이 더더욱 커졌다. 공정무역이 청소년들의 손을 타고 더 퍼져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소울에 대해서 소개하는 강의를 하면서 나는 굉장히 뿌듯했다. 소울이라는 단체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소홀해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그 만큼 뜻 싶고 즐거운 워크숍이었다.

(워크숍)

현재는 7월 26일 인사동 북문에서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처음 해 보는 캠페인. 조금 힘든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서울대학교 언니들의 도움으로 굉장히 잘 되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장기 후원을 해 줄 수 있는 단체를 찾고, 더 열심히 활동 할 수 있는 소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정무역은 한사람 한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소비자들의 의식을 개혁하는 일이야 말로 한국에서 공정무역이 진정으로 싹을 틔울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학생들이라고 그저 “엄마가 알아서 사 주겠지.”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야 말로 더더욱 공정무역을 알리는 것에 힘써야 한다. 그들은, 우리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소비를 할 것이고, 윤리적 소비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므로.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고등학생들의 작은 울림이 앞으로 큰 울림이 되어, 세상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 한국 청소년 공정무역 위원회 소울 : http://www.cafe.daum.net/fairtradeyouth ]

Posted by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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