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에 만난 윤리적 소비의 긍정적 미래 - 이영인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2009년 6월 5일이 환경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역시 대학교에서 일련의 프로젝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를 그런 날이었다. 게다가 6월 항쟁 기념주간과 겹친 금요일. 사회의 다른 그룹은 모르겠으나 확실히 대학생 그룹에 있어서는 악재였다. 내가 속한 프로젝트 팀 SIFE에서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친환경 물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SIFE, Touch4Good, Gongjang, Org.(오르그닷), Rishi Tea 등 각자 다른 방법으로 환경에 이로운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를 한 데 모아서 여는 제법 큰 규모의 캠퍼스 내 전시회였다. 나는 어떻게든 이 환경의 날을 캠퍼스에 알려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고, 자연히 환경의 날의 시작과 목적 등에 대한 고민이 따르게 되었다.
아무튼 이 좋은 취지의 전시회를 주최하고도 인식이 확산되지 못하면 헛일이 되고 말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단히 준비를 하여 5m 가량의 홍보 패널을 반대편에 설치하고, 10m 가량의 부스를 설치하여 전시와 판매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SIFE에서는 친환경 허브 화분과 재생노트 등을, Touch4Good에서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지갑 등을, Gongjang에서는 재활용 종이 문구류를, Org.에서는 페어트레이드 제품과 쐐기풀로 만든 앞치마 등을, Rishi Tea는 공정무역을 거친 유기농차 등을 전시, 체험, 시음, 판매했다. 오전의 우려와는 달리 반응은 매우 좋았다. 특히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소화 겸 산책을 하는 학생들과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학생, 교수, 관계자 등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오가닉 브랜드나 친환경제품 등이 동종제품 시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시음이나 체험에는 관심을 보여도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 우려를 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사소한 구매 행위가 이러한 물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공정무역이나 환경 보전 물품의 생산 및 유통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과 홍보에 열을 올리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었다.
“설문에서는 약 1/3 가량의 소비자가 구매의사가 있다고 답하지만 윤리적 제품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3%에 머무는 ‘30:3 현상’이 있다.”라는 HERI Review 기사도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데, 여기만은 예외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사람들은 상당한 지불용의를 보였다. 실제로 Org.에서 내놓은 무가공 티셔츠 같은 경우, 표백과 형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으로 어필하여 3만 원대의 가격에도 짧은 시간에 여러 장이 팔렸다. 반대로 SIFE의 재생노트와 같은 경우,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필기를 많이 하는 학생의 수요와 맞물려 상당 부수가 판매되기도 했다. 판매만 한 것이 아니라, 나도 윤리적 소비 대열에 동참하여 재생노트 몇 권과 Gongjang의 ‘한 조각의 원단과 한 개의 버튼만으로 완성된’ 펜슬케이스를 구매했다. 복잡한 가공과정을 상당수 줄임으로써 환경을 생각한다는 취지를 떠나서도, 심플한 제품의 디자인 자체가 상당히 괜찮았다. 이렇게 환경의 날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새삼 주변에 있는 윤리적 소비 관련 상품들이 곳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캔쿠키, 히말라야의 선물, 생협 물품, 오가닉 브랜드 등은 이제 우리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와 있다. 취지에 따른 지불용의를 떠나서, 제품 자체 경쟁력도 예전보다 상당 수준 발전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대중인식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확산이 실현된다면 앞서 얘기했던 ‘30:3 현상’이 ‘30:30 현상’, 나아가 ‘100:100 현상’이 일어나는 날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비의 힘 > 윤리적 소비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이뷔통이 U2 보노와 손잡은 까닭 – ‘친환경’은 사치재와 잘 어울릴까? (0) | 2011.07.05 |
---|---|
제3의 물결? 착한 제품의 물결! (0) | 2011.07.05 |
트위터와 싸우지 말라, 미래와 싸우지 말라. (0) | 2011.06.22 |
빛 밝혀 드려요, 살펴 가세요 (0) | 2011.06.16 |
'된장녀' 나쁘기만? 사회적 의의를 더한다면 (0) | 201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