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탁(Guten Tag)! 공정무역!

2011.07.28 09:12 사회적경제 사례 | posted by 사회적경제

구텐탁(Guten Tag)! 공정무역! - 윤여정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독일 공정무역 가게 Welt Laden"

저는 2009년도 상반기에 독일 Nuertingen 대학교의 교환학생으로 생활했습니다. 이 마을에서 'Welt Laden(World Shop), Nuertingen' 이라는 공정무역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유럽은 마을 단위로 공정무역 가게가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독일에는 800여개의 Welt laden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기관은 공정무역 가게를 설립 및 운영 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점의 비전 및 목표, 정보(각종 문서 양식, 공급업체 등), 로고(디자인), 잡지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공정무역라벨(FLO)이 부착되어 있지 않은 상품의 조사 및 감시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정무역의 홍보, 정책 반영활동, 국제적 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Weltladen 연합의 지원을 받은 지역 상점은 연간 수익의 약 2%를 지불하고 있다고 합니다.

Nuertingen 공정무역 가게는 카톨릭 교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6년 모임이 시작되었을 때는 Farmer's Market에서 몇 가지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가져다가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지금과 같은 상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커피, 차, 초콜릿, 잼, 파스타, 수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 11:30~15:30, 4시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입고 물건 확인 및 진열, 계산, 상점 장식, 커피 및 음료 만들기 등을 했습니다. 이 곳에서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독일 아줌마, 할머니들과 수다 떠는 즐거움과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느려도, 실수해도 ‘하쿠나 마타타(No Problem)’하면서 마음껏 하라는 격려를 받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줌마, 할머니가 모델"

2009년 6월 12일에는 뉴팅겐 마을의 축제가 있었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상점들이 저녁 6시 전후로 문을 닫지만, 이 날은 자정까지 가게들이 문을 열고, 사람과 음악으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이 날을 맞이하여 공정무역 가게에서도 커피, 와인 등 음료를 판매하고, 밤 10시에 공정무역 Fashion Show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자원 봉사자들이 공정무역 가게에 있는 옷, 가방, 액세서리 등을 이용하여 꾸미고,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행사 3일 전, 가게 문을 닫고 예비 모델(?)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상점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 할머니들이 너무 즐거워하셨고, 감각과 센스가 뛰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들이 이것저것 갖다 주시면서 챙겨주셨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Green 컨셉에 맞춰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워킹 할 때의 자세와 몸짓도 지도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 순간, 과정이 너무 애틋하고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행사 날! 저는 Fashion Show 전까지 상점 밖에서 음료를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행사시간인 밤 10시.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구경 온 친구가 있어서 더욱 긴장을 했습니다. 저는 Paula 할머니와 함께 입장을 했는데, 할머니는 여유롭게 포즈를 취하며 맵시를 뽐내 셨지만, 저는 너무 떨려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Ulike 아줌마가 “너무 이쁘고, 수고했다.”라고 하시면서, "너가 이 순간을 즐기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부터 진행까지 경험해보면서 '봉사'라는 것은 자신에게 꿈, 자신감, 즐거움을 주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공정무역 가게 초창기부터 10여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힘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아하! "

제가 독일 공정무역 가게에서 약 4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원봉사자를 잡아라
Welt Laden을 움직이는 건 50여명의 자원봉사자입니다. 대부분 주부, 퇴직 여성, 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자체가 공정무역 홍보대사이자 소비자 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봉사자 이다 보니, 아는 사람이 손님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로 안부를 전하며 상품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Anna 아줌마 처럼 소비자에서 자원봉사자가 되기도 하고, 봉사하고 나서 가게에서 장을 보거나 지인선물을 구입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가끔씩 친구들에게 공정무역 초콜렛을 선물하며 상품에 대해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2) 교육, 소통의 공간
저는 매주 월요일 오후에 갔지만 일손이 필요한 다른 요일과 시간대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정무역 상품을 교육용으로 이용하는 생물학 선생님 Eva, 은행원이지만 매달 1회 봉사하는 Andrea, 간호사 Lioe, 실습생 Maria 등... 자원봉사자 중 부부 또는 모녀가 함께 하는 것을 보았는데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는 이곳 자체가 공정무역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친환경 와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있는 학생, 장애인을 고용한 레스토랑에서의 물품 구입, 정책제안을 위한 서명운동 등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3) 친근한 고객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것입니다. 상점에 들어선 마을 사람들은 한국인 자원봉사자인 저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습니다. 계산이 조금 느려도, 더듬더듬 독일어 숫자를 말하면 잘 대답해 주시고, 함께 독일어 숫자를 1~10까지 같이 세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웃 같은 다정한 손님들 덕분에 더욱 즐겁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4) 조직운영의 핵심은 '배려'
공정무역 가게는 3명의 정규직원(총괄, 머천다이저, 봉사자 관리)와 봉사자 50여명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회의. 행사 등에 대한 공지와 업무일지를 기록할 수 있는 공통문서를 열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 봉사자와 신규 봉사자가 함께 배치되어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빨리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일을 천천히 해도 괜찮았습니다. 간혹 실수를 할 때면 '하쿠나 마타타'하면서 격려해주시고,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지 않으면 다음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일을 찾아하게 되었습니다.

5) 열린 회의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저녁은 월례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여기서 새상품 소개 및 시음, 판매 촉진 방안, 건의사항, 행사, 나아가야할 방향, 정치적 활동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점 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5월달 회의에서는 짐바브웨에서 온 Missel이 사진과 함께 공정무역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하고. 새 상품(액자, 멸치, 과일)등을 선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철저한 분리수거(일반 쓰레기, 종이, 플라스틱, 음식물), 이면지 사용, 재활용 포장 상자 및 에코백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료쿠폰, 시식, 상품권 등 경영적 요소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꿈

사실 독일 공정무역 가게에서 봉사활동 한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윤리소비에 대한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름다운 가게, 녹색가게, 공정무역 가게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윤리소비를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서울, 수도권 등으로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마다 하나씩,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들어진 상점이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 세상과 소통하며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상점을 같이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