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쿠마 사가 <프로보노> 리뷰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 활동을 자원봉사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모두 제각기 움직이다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거나 멈춰버린다면? 옆나라 일본에서 자원봉사의 체계적 시스템으로 '프로보노'를 고민, 연계 사이트 '서비스 그랜트'를 7년여 운영하고 있는 이쿠마 사가는 출발점을 이렇게 회고한다.

"2004년 12월 12일 처음 설명회를 열고 3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2건은 성공하였지만, 1건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통신두절이 되고, 다른 팀원은 의욕이 앞서 홈페이지 300페이지 제작을 계획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한 팀원은 디자이너였는데 로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롭게 디자인한 이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 결국 웹은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이후로 일반 참여자들과 NPO 연결을 위해서는 '대본'과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원활하게 돌아가는 '좋은 일'을 위해서는 때로 후원이나 참여를 거절해야 할 상대방도 있으며, 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연수를 거쳐야한다는 각론도 있다. '재능기부'라는 말로 한국에서 확산 중인 '프로보노'의 개념은 자원봉사를 체계화하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다.

프로보노, 전문성을 살리고 성과를 관리하라

지난 2월,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프로보노>는 공공부문의 효율을 고민하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지침서다. 이쿠마 사가 자신이 미국에서 처음 접하고 일본에 도입하였던 '프로보노'는 전문성을 살린 자원활동의 방식이다. 변호사가 주말 동안 산림보전 활동에 참여해 나무를 심는 활동은 '자원봉사'라고 하지만, NPO에 계약서 작성 지원을 무상으로 해주면 '프로보노'인 셈이다.

책에서는 건전한 성과를 위해 프로 의식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 이에 따르면 전문 분야의 기준에 못미치는 사람의 참여는 피해야 하며 지원 대상 단체에도 자신들의 활동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책임자는 필요하다. 행정 직원이 참여시에는 스스로가 만능이라는 자세를 버리고 행정 프로세스의 전문가로 시민과 마주해야한다.

자원활동의 자발성을 해칠 수 있는 금전 보상은 위험하지만 '프로보노 시간 인증' 등 수치화도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직업 경력 등을 근거로 해 기준 단가를 제시하는 1년간의 프로보노 참여를 금전으로 환산, 연말정산과 확정신고로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서류화하는 방안이다. 금전 기부만이 아니라 '재능 기부'도 세금 공제의 대상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이다.

고향 마을 프로보노, 3200건 지자체 프로젝트

프로보노의 지원 대상과 내용은 폭넓고 다양하다. 미국의 탭룻재단에는 지역 도서관 건설, 연방수사국(FBI)의 수사활동에 협력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프로보노가 적격인 사업으로 저자는 지역 사회 만들기, 구체적으로는 지자체 홍보 프로젝트를 꼽는다. 정책 소개 팸플릿, 지역 대표 산업의 브랜드화 등 지자체가 중점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에 대한 홍보 지원이다.

"일본 전국에는 1600여 개의 지자체가 있다. 단순히 계산하면 홈페이지와 홍보 간행물의 개선 만으로 3200건의 프로보노 프로젝트의 기회가 있다."(본문 189쪽 중)는 제안의 이면에는 "지역의 과제와 시민의 욕구를 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 평가하여 행정기관의 계획에 반영시키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것이 곧 '미래의 지역 사회 만들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는 문제는 있다. 프로보노 워커의 대도시 편중이다. 원거리 지역 대상의 요청을 받을 경우 교통비 문제나 관리 문제 등이 발생한다. 사가는 IT기술을 활용한 '고향 마을 프로보노'를 해결책으로 내놓는다. 처음의 협의만 지역에서 하고, 3박 4일 정도 현지에 머물면서 개요 파악, 지역주민 및 사업자 의견 청취,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이후 작업과 협의는 도시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  별시장

* '별시장 매거진'( http://byulsijang.org )에서 더 많은 지역화폐와 영등포 지역 청년문화장터 달시장, 전국 방방곡곡 네트워크 장터 별시장의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