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가 설립 3년만에 2000여만 원 흑자를 냈습니다.
그동안 임직원들은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 먹듯 했다지요.
여기까진 창업기 기업에 아주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부터가 좀 다릅니다.
 
이 회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휴업을 했습니다.
5명의 임직원들은 그간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꼭 해야 했지만 시간이 없어 못했던 일을 했어요.
‘앨범 만들기’.
각자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다 함께 연주했습니다.
 
사회적기업 유유자적살롱(이하 유자살롱, http://yoojasalon.net/ )의 밴드 ‘유자사운드’는 그렇게 만든 앨범 <올 이즈 웰(All is well)>을 5월 초 발매했습니다.

 사진출처 : yoojasalon.net

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경영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사회적기업인 유자살롱도 뭔가 사회에 남다른 메시지를 던지려고 휴업까지 하고 음반을 낸 것 아닐까요?
어떤 문제의식을 사회에 던지려고 앨범을 만든 걸까요?
 
공동대표들은 열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냥 만들고 싶어서 각자 만든 노래라는 거죠.

이충한(37) 공동대표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걸(유자살롱)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창업 후 남의 꿈, 남의 문제를 위해 살았죠. 그런데 돌아보니 우리 중 누구도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어느 순간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으면 미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린 사회적기업이잖아요? 일에 밀려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일터에서 이루게 하고 싶었어요.”
 
이건 대부분의 사회적기업가·비영리단체 종사자 등 ‘남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고충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인데도 과다한 업무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행복, 가까웠던 사람과 관계에서 멀어지곤 하거든요.
 
전일주(31) 공동대표는 유자살롱 시작 후 거의 매일 열시, 열한 시에 퇴근했다고 하더군요.
이들은 “유유자적하지 않으면 유유자적살롱이 아니다”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휴업 동안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3개월 유지비용을 1000만 원으로 줄이되, 평소 다 함께 하고 싶었던 것, 즉 앨범을 내기로 했죠.

“일반 직딩(직장인)이 싫어서 택한 삶인데 이건 다른 직딩의 생활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유자적살롱이 유유자적하지 못하게 산다는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다가 밴드 활동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창작의 시간은 스스로를 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
 
그런데 앨범 준비 과정에서 또 한가지 뜻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바쁘게 일할 때엔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표출됐고, 해소됐던 것이지요.
이 대표의 말입니다. 
 
“함께 음악을 만들다 보니 갈등이 많이 튀어나왔어요. 프로젝트를 할 땐 빨리 결과를 내야 하니까 대충 넘어가던 일이었죠. 앨범을 내면서 서로 양보하고 협동하는 팀 워크가 생겼어요. 또 유자살롱의 비전을 서로 공유하게 됐어요. 일반 회사의 워크숍 이상의 효과를 봤어요.“
 
주요사업인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이하 유자프로젝트)’에서 부를 노래도 생겼습니다.
전 대표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상처와 고민 속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가 된 청소년들에게 밴드라는 활동을 통해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주는 일이 유자프로젝트에요. 프로젝트의 핵심은 참여 청소년이 가족 등 사람들을 모아 달라진 모습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것에요. 그런데 남의 노래를 연습해 연주하니 장기자랑처럼 보였어요. 아이들이 기존의 노래, 기존의 것을 하던 대로 계속 하는 것보다는 우리 마음을 담은 새로운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앨범이란 게 내고 싶다고 다 낼 수 있는 것인가요?
알고 보니, 유자살롱 5명의 임직원 중 4명이 전업 뮤지션 출신이더군요. 
 
유자살롱에서 ‘하즈’라 불리는 정신우 뮤직디렉터(32)는 홍대 앞 인디밴드 ‘관계 맺음’의 드러머입니다.
한 케이블방송에서 음향 담당으로 일하다 음악과 생계를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유자살롱으로 옮겨 와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지요.
 
‘후멍’ 정호경 씨(31)는 기타 연주자로, 축제 기획 등 여러 일을 거쳐 유자살롱에 자리 잡았습니다.
‘고’라 불리는 고서희 대외협력팀장(27)은 제주의 한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6개월만에 ‘에너지가 달려’ 다른 삶을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

이 대표는 전직이 작곡가 겸 음악감독입니다.
삼성카드 광고팀에서 일하던 그는 ‘스테이플러를 박다가 문득 묻어뒀던 꿈이 생각 나’ 2년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후 그는 드라마 <연개소문>와 <굳세어라 금순아>, 뮤지컬 <위대한 캐츠비> 등 많은 극작품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전 대표 역시 뮤지션 출신입니다.
중학생 때 대중음악 작곡가를 꿈꾸던 그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연세대 사회학과에 진학했다가 뒤늦게 어릴 적 꿈을 찾아 인디밴드 뮤지션으로 살았대요.
그러나 ‘음악이라는 낭만과 생활이라는 현실’은 잘 접목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일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유자살롱을 선택했습니다.
 
회사 창립 만 3년째,유자살롱은 이제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사회적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들을 위한 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들도 한국의 유자살롱을 방문해 서로의 정보와 지식을 교환합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한계가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우리 활동을 통해 무중력 청소년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고,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이런 문제를 당사자들의 문제로 여겨요. 사회 문제로 여기지 않아요.”
 
지난 몇년 사이, 은둔형 외톨이는 10대에서 멈추지 않고 20대로 퍼졌습니다.
20대 외톨이들은 사회관계에서 소외되면서 자살, 절망 살인 같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외톨이 성향의 사람들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나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외톨이를 사회 문제로 만드는 건 그들이 속한 사회에요. 우리 사회 자체가 무중력 사회, 개인을 외톨이로 만드는 사회이다 보니 외톨이를 사회 문제로 보지 않게 됐어요. 인간의 본성을 넘어서는 속도와 압력이 제도권 교육부터 직장생활에까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북한에서 핵폭탄 터트린다고 위협해도 무감각한 것과 비슷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톨이 문제에 무감각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뭘까요?
그 답은 조급하게 찾는다고 나올 것 같진 않군요.
오히려 조급함을 일으키는 속도와 압력을 줄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그보다는 이거 어때요?
유자사운드의 앨범 이름처럼 이렇게 서로 말하는 거죠. 
 
’올 이즈 웰(all is well), 다 괜찮아.’
 
이 말은 인도 영화 <세 얼간이들(3 idiots)>에서 나온 말입니다.

인도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세 친구는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서로 가슴을 두드리며 인도식 영어발음으로 ‘알 이즈 웰(다 괜찮아)’이라 외칩니다.
학점과 성적만을 중시하는 학교, 학점 미달로 졸업을 못하게 된 학생의 자살, 성공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인도와 다르지 않은 우리 사회 속에서 우리한테 필요한 건 ‘다 괜찮아’라고 말해줄 어떤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유자사운드도 아마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서 휴업하고 이런 제목의 앨범을 냈나 봅니다.
 
참, 신곡 중에서 별 말 없이 잠수 타고 싶을 때 휴대전화 연결음으로 설정해놓으면 딱 좋을 신곡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중 누군가가 연락이 닿지 않아 애타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음으로 따뜻한 물 속을 유유자적 노니는 듯 나른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으이구, 또 잠수 탔구나, 때 되면 오겠지’하고 기다려주지 않을까요?
 
“할 말도 없는데, 아무 말도 없는데, 좋아 보여. 너만. 안녕, 난 잠수할래. 고래처럼 상어처럼.(고서희 작사·작곡 <잠수부> 중)”

유자살롱은 어떤 곳?

서태지 팬모임의 기부가 영감을 준 음악예술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은 이들이 ‘무중력 청소년’이라 부르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음악 합주를 통해 마음을 열고 사회관계를 회복하도록 이끄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청소년단체 하자센터의 대중음악사업단 ‘뮤시스’에서 출발해 2010년 주식회사 전환 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태지 팬 모임 중 하나인 ‘매니아기빙서클’의 기부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줬습니다.
뮤시스 시절, 뮤지션이 만든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게 ‘밴드 아카데미’, ‘다문화 이중언어 프로젝트’ 등 여러 사업을 전전하던 이들에게 매니아기빙서클이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할 만한 좋은 사업을 찾고 있다”며 찾아온 것이지요.
 
당시 이들은 ‘탈학교 청소년들이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음악 교육 과정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매니아기빙서클은 교육비와 공연 후원비로 1000만 원을 내놨습니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의 전신인 이 사업은 지금의 유자살롱이 있게 한 마중물이 됐습니다.
현재 유자살롱은 무중력 청소년의 사회복귀 프로그램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뿐 아니라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공연팀 ‘유자사운드’, 직장인을 위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직딩예술대학’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경숙 이로운넷 공동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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