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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의 동반자/사회적기업

‘공정무역 패션도 에지있어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지난 7월 네팔 출장 사진 왼쪽이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45) 대표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저렴하고 패션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패스트패션(SPA)이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하면서 패션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습니다. 국내 패스트패션 시장은 2008년 5천억 원 규모에서 2009년 8천억 원, 2010년 1조2천억 원, 지난해에는 1조9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행이 지나면서 버려지는 옷과 대량 소비되는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염료는 환경오염의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패스트패션은 옷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체 매출의 3%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옷의 생산과 소비 속도를 한발 늦춰 보자는 슬로패션(slow fashion)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슬로패션은 고객이 옷에 대한 가치를 저절로 알게 돼요. 옷을 쉽게 사서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과 달리 잘 고르고 오래 입어요. 한 번 사면 잘 버리질 않아요. 상품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 공손한 자세가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싶으신 분이 그루 제품을 찾으세요. 고객들은 디자인, 가격, 핸드메이드 제품이 지닌 특유의 손맛 게다가 공정무역 제품이 지니는 가치에 만족하시죠.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소비인 셈이죠.”
 
슬로패션을 지향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45)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공정무역 회사입니다. 주로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가난한 여성들이 만든 자연주의 의류와 생활용품을 취급합니다. 공정무역은 현지 생산자에겐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의류, 유기농 식품 등 이로운 상품을 전달하는 거래 방식입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의 의류들. 왼쪽부터 보헤미안 가디건, 숄칼라 니트 롱코트, 자수포인트 베이비 돌 니트 원피스 순이다. 모두 원산지는 네팔. 100% 울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2008년 1월 온라인 쇼핑몰(www.fairtradegru.com)을 먼저 개설했습니다. 3월에는 자체 브랜드 ‘그루g:ru’도 론칭했습니다. 6월 서울 안국동에 ‘그루 1호점’을 열였고, 12월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시장 개척이 가장 어려웠어요. 어떻게 어디에서 파느냐를 잘 몰랐던 거죠. 처음에는 온라인 쇼핑몰 판로밖에 없었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지 않았죠. 그래서 처음엔 적자가 많았어요. 그러다 공정무역은 홀로 가는 길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함께 가야 해요. 수익도 어려움도 함께 나눠야 해요. 생산자들의 수익보장 문제는 소비자들과 함께 해결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은 생산자들과 같이 고민하는 것이죠.”
 
다행히 입소문을 타면서 차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루만 찾는 마니아층도 생겼습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모두 600여 개 품목을 취급합니다. 의류가 주력 상품이고 생활용품과 식품도 함께 다룹니다. 서울 안국동의 1호점 외에도 인사동의 쌈지길 매장과 대구 황금 1동 매장이 있습니다. 직원은 이대표 외에 정규직 1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3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표는 올해 수익을 1억 5천만 원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갤러리 카페 엔트라사이트에서 8월 17일 열린‘제4세계 프로젝트’ 전시회인 ‘라운드스퀘어’ 정경

“촌스러운 패션은 싫어요. 사람들은 흔히 공정무역 제품이라면 예쁘지는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구입한다고 하잖아요. 그렇지만 그루는 디자인에 자신 있어요.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위해 제4세계 디자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했고요.”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공정무역상품 판매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8월 17일 서울 합정동에 있는 갤러리 카페 엔트라사이트에서 공정무역생산자와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들과 ‘제4세계 프로젝트’ 전시회인 ‘라운드스퀘어’를 개최했습니다.   
 
“현장 반응이 뜨거웠어요. 안국에 있는 그루 매장에는 40대~50대 여성분들이 많이 찾으셨지만, 전시회는 20대~30대 젊은 친구들이 들렀습니다. 그루와 공정무역이 뭔지 모르고 들어왔다가 작품을 보고 윤리적 패션에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몇몇 젊은 친구들은 매장에 다시 찾기도 하더군요.”
 
이 대표는 “제4세계 프로젝트는 디자이너에게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공정무역제품 생산자에게는 새로운 디자인을 제공하는 윈윈(Win Win) 방식”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제4세계란 명칭은 참가 디자이너들이 직접 1세계와 3세계라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정의를 넘어서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현재 제4세계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인 최근식, 최정유, 네덜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잔나(Susana Camara Leret) 디자이너가 참여했습니다. 각 디자이너들은 쿠션‧가방 작품, 세라믹 작품, 문구류 작품을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세 개의 공정무역 단체의 생산자들과 협업하여 서로 지닌 고유한 기술력과 감각을 재료에 입혀 공동의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는 “이번 제4세계 프로젝트는 소박하게 출발하지만 앞으로 독립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해 갈 것이며, 제2차 전시회도 준비 중이다”며 “이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디자이너와 빈곤국가 생산자들의 상생 프로젝트로 성공하여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7월 방문한 네팔 현지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미영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

“앞으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장을 늘릴 계획입니다. 아름다운가게와 비슷한 경우지만 그곳은 본부 직영 형태로만 하잖아요. 이곳은 개인과 지역사회도 운영할 수 있는 일종의 소셜프렌차이즈로 만들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루 대구 매장처럼 유기농 레스토랑에서 상품을 팔 수도 있는 복합매장이지요. 앞으로 광역시 단위로 매장을 낼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10월 대구 황금 1동에 새로운 그루 매장을 열었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비움과채움이 운영합니다. 이곳은 6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매일 평균 100만 원 정도 수익을 올릴 정도로 성황입니다.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이미영 대표는 “혁신적인 사회적기업 모델이 생겨야 한다”며 특히 “다양한 금융 지원 환경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4세계 프로젝트 전시회 ‘라운드스퀘어’ 영상 

이선영 생활/경제, 사회, 네트워크 부문 에디터

Posted by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