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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2011 공모전 시민심사

[일반부문] (수기) 간디의 물레 - 안유림 중학생 때 한 백화점의 팬시용품점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부모님을 따라 나온 한 꼬마가 스티커 한 장을 골랐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계산하려던 아이의 아빠가 스티커 한 장에 만원이라는 계산원의 말을 듣고 당황하여 나가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느덧 10여년이 지난 이 일이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이 모습이 내게 한낱 스티커 한 장이 부모님을 초라하게 만들었던 자본사회의 한 초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시절, 등교하는 중에는 참 많이도 광고가 실린 공책이며 휴지와 같은 것들을 나눠 주었는데 교문 앞 커다란 쓰레기통에는 그것들이 차고 넘칠 만큼 새 것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버려지는 것을 알면서도 광고주는 주문을 하고 공장에서 만들고 아르바이트가 나눠 주고 우리들은 받아서 버리는, 저마다 각자..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오리의 해피엔딩 - 김민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 중에 가 있다. 튀는 외모를 갖고 태어나 외롭게 살아가는 어느 ‘오리’ 이야기. 당시 부모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나로서는 별다른 감흥 없이 책을 덮어버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 스무 살이 된 지금, 유독 그 이야기가 새삼스레 다가온다. 다르고 싶어 다른 것도 아닌데 그 친구,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했을까. 부모는 더했을 거다. 제가 낳은 게 틀림없는데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닮은 구석 하나 없이 낯설기만 하니 휘둥그레, 했겠지. 요새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이 그렇다. 장바구니 속 우유를 슬그머니 유기농 마크 달린 걸로 바꿔 담는 나를 보고 휘둥그레. 마트에서 싸게 팔길래 사오셨다는 복숭아를 끝끝내 입에 대지 않는 나를 보고 휘둥그레. 공휴일이면 으레 함께 끓여먹던 라면상 한구.. 더보기
[일반부문] (수기) 어린이집의 윤리적 소비 - 최현정 내가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 그게 뭐야?”하기에 “윤리적인 소비는 환경이나 생산자나 쓰는 사람에게 해롭지 않도록 양심적으로 물건을 사는 거야. 예를 들면 환경이나 몸에 좋도록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을 사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커피 같은 거 살 때 착취하지 않고 합당한 가격으로 사는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는 일 같은 거 말야.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사용할 물건을 사니까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이로운 물품을 양심적으로 구입하는 게 어린이집의 윤리적인 소비겠지?”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어린이집에서 돈 좀 아끼겠다고 싸구려 재료로 저급한 질과 양의 음식을 주고, 유해한 물질로 주변을 채우는 소비는 윤리적인 소비가 아니다. 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