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청소년부문 수상작
윤리적 소비 자유분야 수기 부문
Thailand? Fair land!
(황가은)
2011년 7월 30일, 우리 가족은 태국으로 3박 5일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은 하나투어의 패키지 관광 상품 중 하나여서 우리는 우리 가족 4명을 포함한 총 28명이 한 팀이 되어 관광을 했다.
나는 출발 전에 여행사에서 나온 일정표를 미리 살펴보았다. 예상보다 ‘현지 시장 방문’ 같은 현지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정여행의 요소가 많아서 ‘아! 그래도 공정 여행이 많이 진행이 되고 있구나.’ 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여행을 해보니 공정여행의 필요를 아주 많이 느꼈다.
이번 태국여행은 수업시간에 배운 ‘불공정 여행’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바닷가에는 거의 한국사람 밖에 없어서 이곳이 한국이라는 착각이 들만큼 관광산업이 아주 많이 발달한 나라지만 화려한 호텔과 몇몇 집에 비해 우리가 볼 수 있는 서민들의 집은 아주 초라했다.
창틀은 녹슬어 없어지고 검은 곰팡이가 얼룩덜룩 묻은 낡은 아파트들도 볼 수 있었고, 도무지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은, 개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집들이 위태위태하게 모여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런 집 하나에 가족 여럿이서 함께 지내는걸 보니까, 도무지 수업 시간에 배운 게스트 하우스는 어디에 있는지, 과연 이용할만한 곳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태국 정부에서 유럽처럼 여행객들이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태국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여행을 올 때에 더 쉽고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태국의 관광산업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스텔 안에는 통역가이드 몇 명만 두고, 현지인들 중 서민층의 사람들을 고용한다면 일자리창출이 되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가이드가 옵션에 있던 코끼리 트래킹에 대해 설명해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코끼리트래킹이 옵션에 있어서 가족들에게 ‘이건 동물학대가 들어간 공정하지 않은 여행 항목이니까 이거는 하지 말아요.’ 하고 말해뒀는데, 가이드가 말리기는 커녕 “꼭 하라고, 안하면 후회하신다고, 정말 재미있다”고 강력추천을 하시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일행이 아주 순조롭게 전원참가를 했고, 우리 가족도 어쩔 수 없이 코끼리트래킹에 참여해야 했다. 그런 불편한 마음에 코끼리들의 너덜너덜한 귀를 보고 나니 코끼리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리한 패키지여행의 모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여러 옵션투어를 이용해야 이익을 많이 얻기 때문에 당연히 관광객들에게 강력한 추천을 할 것이고,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우리들은 가이드의 말을 크게 의존하고 참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우리처럼 일행의 다수가 그 옵션을 선택했을 때, 소수의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이라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참가를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 볼 때 편리한 패키지여행만 선호하지 말고, 가끔은 복잡하고 고생스럽더라도 개별 선택의 폭이 넓은 자유여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가이드 분께 코끼리 트래킹에 대해 말씀을 드렸더니 ‘동물 학대라는 의견이 없진 않다’고 하시면서 얘기해 주신 것이 태국은 아직 동물 보호법이 통과가 되지 않아서 코끼리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을 관광 상품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사에서도 동물관광상품 진행을 하는 것이고, 또 코끼리 학교가 있고, 그곳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으며 등급을 나누어 코끼리 쇼부터, 동물원, 트래킹 등 여러 관광 사업에 쓰인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마지막으로 그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우리 팀이 간 곳만 해도 그리 크지는 않은 곳이었는데 그곳에도 약 2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쇼에서도 트래킹에서도 코끼리위에 탄 사람들이 모두 낫같이 생긴 쇠꼬챙이를 들고 있었는데 코끼리는 가죽이 두꺼워서 때리는 것을 잘 못 느껴서 말을 안 들을 때는 뾰족한 쇠꼬챙이를 휘둘러 살을 찍어 통증을 느끼게 한다고 한다. 그렇게 생긴 상처에는 보라색 ‘해충 방지 약’을 바르고는 끝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동물들을 혹사시켜 이익을 챙기는 일이 아무런 제제 없이 마구 행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태국이 코끼리를 관광 산업에 쓰고 그 이익이 커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가 힘들다면, 코끼리체험을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말고, 아프리카처럼 넓은 밀림이나 공원을 조성해서 코끼리들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하는 관광 상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고, 코끼리들도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까 양쪽에 유익할 것이다.
제일 실망 했던 것은 현지 시장에 관한 것이었다.
일정표에서 특산품 판매점들을 간다고 해서 ‘그래도 현지시장은 이용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진짜 현지시장은 야시장체험 한 군데였고, 나머지 네 군데는 한국인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구매를 도와주는 다국적 매장 이었다. 그나마 기대를 건 지역 특산품 매장은 코끼리가죽, 가오리가죽, 악어가죽으로 된 물건들 위주로 판매했고, 태국의 싼 물가와 다르게 꽤 비싸게 판매했다. 결국 현지시장을 한 번 이용할 때 다국적 매장은 네 번 이용한 것이다. 여행사의 이익을 상당히 많이 추구한 일정이란 것이 아직 중학생인 나도 느껴졌다.
또 공정무역이나 공정여행도 한 쪽만 공정하게 한다고 공정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만 공정여행을 한다고 진짜 공정여행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그들도 우리에게 그에 맞는 품질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지인들이 직접 천막치고 하는 주말시장에 갔을 때 분명 괜찮은 제품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싸서 더 좋기도 했다. 그래서 배운 대로 가격을 깍지 않고 (가족들에겐 미리 공정여행에 대해 알려드리고 동참을 요청했다.) 괜찮은 물건들을 구입했다.
근데 아빠가 사 오신 것 중에 민소매 티가 있었는데 딱 달라붙는 옷이 있었다. 눈으로 볼 땐 예뻤는데, 실제로 입어보니 스판 재질도 아니어서 입기 불편했고, 안쪽에 덧댄 천은 보이는 곳만 덧대서 입고 벗을 때, 꼬이고 말려서 불편하고 보기도 좋지 않았다. 가격이 싸면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을 텐데, 엄마와 내가 산 100바트 (약 4천원)짜리 티셔츠보다 못 한 것을 200바트(약 9천원)를 주고 구입한 것에 대해서 우리 가족은 좀 화가 났다. 결국 그 옷은 입을 수 없어 버리게 되었다. 이일을 통해 나는 ‘우리가 그분들의 물건을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대신 그분들도 가격에 합당한 품질은 제공 해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 분들의 형편이 어려워도 우리의 기부가 아닌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에서는 그 선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 다녔던 다른 여행에 비해 고민도 많이 했고, 여행 다니는 도중에도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엔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서럽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니깐 잃는 것보단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마 내가 공정여행에 대해서 모르고 그냥 “와! 해외여행 간다!” 하고 갔다면 “어떤 것이 잘못돼서 이렇게 고쳐져야 해”는 고사하고 “와! 바닷가에서 놀고 코끼리도 타고 재밌게 놀았어!”에서 끝나지 않았을까?
난 이번 여름방학동안 공정여행의 가치와 공정무역의 조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러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사람간의 거래, 문화공유’ 등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좀 더 다르게 생각해 보면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고 또 느끼며 배울 수 있었다. 이전 여행에 비해 이번 여행은 꽤 의미가 있었다. 지금까지 다녔던 여행 중에서 제일 힘들었지만 제일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어서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만 같은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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