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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힘/윤리적 소비란?

대형마트 휴무 왜 할까? 동네상점 매출 뚜렷한 감소

- 재래시장의 고용창출 효과, 대형마트 3배  
- 재래시장·골목상점 매출 10년만에 11% 포인트 감소
-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주체 늘어나야

지난 8일 오후 휴업에 들어간 서울 강동구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성내점에서 단속에 나온 강동구청 직원들이 휴무확인을 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22일 일요일, 전국의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 3분의 1이 첫 강제휴무를 실시했습니다.  전국 대형마트 3사 매장 114개와 기업형슈퍼마켓(SSM) 345개가 이날 하루 문을 닫았습니다. 이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1~2회 휴무일을 지정할 수 있게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올해 1월 17일에 공포된 데 따른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봤을 때, 재래시장은 대형마트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재래시장의 고용창출 효과는 대형마트보다 세배 이상 높습니다. (대형마트 고용창출 `허와 실`-한경TV)  이것은 골목 상점 즉, 영세자영업자와 점원들의 고용창출 효과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는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해 시장과 골목상점을 살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법 시행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인천, 전주, 대구 일부 지역에선  효과가 꽤 있었습니다.

전주시가 전통시장 상인회, 중형슈퍼 10곳, 소형슈퍼 5곳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와 SSM 전면 휴무로 매출이 10-40% 올랐습니다. (대형마트 휴무 전통시장 10-40% 매출 증가-노컷뉴스)
 
대구 지역에서도 평소 일요일보다 최고 30%가량 매출이 늘었습니다. (재래시장, 지방 매출 늘고 서울은 그대로 – 경향신문) 대구에선  방촌시장과 대명신시장 등 6개 전통시장이 오이와 호박 배추 계란 현미 같은 일부 품목을 평소보다 20%가량 싸게 팔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였습니다. (대형마트 노는 날 시장 오면 대박” – 동아일보
 
인천의 한 영세상인은 “비가 오면 찾아 볼 수 없던 손님들이 적지만 꾸준히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니 희망이 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한 소형마트 주인은 ““대형마트가 휴업하고 비가 내리면서 사람들이 가까운 할인마트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에 영세상인들 숨통 트이나 - 중부일보)
 
 반면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시장과 동네상점에선 큰 효과를 보진 못했습니다.

서울 지역 대형마트들이 금요일과 토요일 판촉행사를 한 탓이지요. 이미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토요일에 미리 장을 봤습니다. 홈플러스 월곡점의 토요일 매출은 전주 대비 46% 늘어났고 롯데마트 창원점도 40% 증가하는 등 일요일 휴무를 실시한 대형마트들의 토요일 매출은 20-50% 가량 늘었습니다. (토요일에 몰렸다…마트 일요휴무, 엉뚱한 ‘풍선효과’ – SBS 보도)
 
토요일에 장을 못 본 소비자들은 일요일 규제대상이 아닌 복합쇼핑몰 입주 대형마트나 하나로마트로 갔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첫날..마트는 ‘혼란’ 시장은 ‘한산’ - mtn
 
부산에선 휴점 사실을 모르고 이마트 문현점을 찾은 고객들이 ‘인접한 이마트 연제점 정상영업’이라는 문구를 보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더군요. (부산 남구 대형마트 강제휴무 첫날…전통시장 유입 효과 ‘글쎄’ – 국제신문)

‘사회적 가치 대신 편의를 선택하다니’ 하는 식으로 소비자만 탓 할 일은 아닙니다.
 
이로운닷넷과 한 전화통화에서 부천 상동의 한 여성은 “상동에도 큰 재래시장이 있지만 명절 때 외엔 안 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부는 재래시장에서 아이 손 잡고 장을 보다가 오토바이가 바로 옆으로 쌩 지나가 깜짝 놀란 경험, 아이가 화장실에 가자고 보채는데 찾지 못해 애태웠던 경험을 말했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는 아이들을 데리고 장을 보러 가도 안전한데다 놀이방에 잠깐 맡겨둘 수도 있어서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마트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 닫는다고 동네 상권이 다시 살아날까요?
 
NH농협증권의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한테 견해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자료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매시장에서 업태별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옆 자료처럼, 재래시장과 골목상점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1년 51.7%였던 것이 2011년 40.5%로 11% p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자영업자들이 시장과 골목상점에서 영업을 합니다.  한국 경제활동인구 중 28.8%는 자영업자입니다. 정규직 직원은 47%입니다. (한국경제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설사 지금은 직장인이라 해도 퇴직 후 자영업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한국의 60대 이상 노년층 중 자영업자 비중(21%)은 정규직(4%)의 5배가 넘습니다. (사장님이었던 그들의 과거와 현재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지금 우리 골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우리 자신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자영업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함께 지킬 방법은 없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 특히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을 통해 동네상점의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99%를 위한 사회적 경제가 온다 – 한겨레경제연구소)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협동조합복합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260개 협동조합에 8만4천명이 일하고 있는데 2008년 이후 경제 침체 속에서도 고용을 늘려 유명해졌습니다. (생산수단 공동소유는 꿈이 아니다 – 미디어오늘)

국내에서도 이미 씨앗은 싹 트고 있습니다. 2011년말 기준으로 인증 사회적기업 수는 644개, 종사자수는 1만6319명입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8000여개로 추산됩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은 투자자뿐 아니라 종사자,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업체입니다.
 
앞서 통화한 부천의 주부는 이런 말씀하시더군요.
 
“시장엔 가끔 가고 생협, 생산자직거래 점포는 자주 가요. 제가 아는 분이 파니까, 속이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가 동네상권보다 먼저 회복시켜야 하는 건 ‘얼굴 있는 거래’, ‘관계’가 아닐까요?

 

by 이로운넷(사회적기업들과 함께 만드는 대안경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