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공항에서 선물이라도 하나 살까 하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친환경 공항마트’라는 간판이 눈에 띄더군요. 제주 특산물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한라봉도 있고 귤도 있고… 먹음직스럽더군요. 한라봉 한 상자를 구입하기로 하고 결제를 하고 나니, 이런 봉투에 담아 주더군요.
재활용이 되는 봉지이기는 하지만, 명백한 비닐봉지인데, 여기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그것도 녹색으로 칠해서 물건을 담아 줘도 되는 것일까요? 최소한 면 소재 등 분해되는 재료로 봉지를 만들든지 해야 녹색을 칠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이지요.
이 가방은 2년 전 영국에서 Anya Hindmarch라는 디자이너가 내놓은 디자인 면 캔버스 가방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담아 오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I’m Not a Plastic Bag’이라고 쓰여 있지요? 비닐봉지 아니고 친환경 가방이라는 뜻이지요. 100% 면 소재이고 재활용하는 가방이라는 점에서 진짜배기 ‘친환경’을 내세운 셈인데,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고 하네요.
제주도의 ‘친환경 녹색 비닐봉지’를 보니, 전국 곳곳에서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이런 식으로 괴롭힘 받고 있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한국의 ‘녹색’ 트렌드에 대한 일종의 상징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하기야, 이 가게가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정부기관이나 기업이나, 그게 좋다고 하니 무작정 ‘녹색’을 앞에 붙이고 있으니…
요즘 환경관련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은 ‘녹색’의 정의를 다시 내리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탄소와 4대강 사업을 한 번에 포괄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얼마나 머리가 아플까요? ‘녹색’이 곧 변색되지 않을까 정말 걱정입니다.
출처: 한겨레 경제연구소 착한경제 블로그 http://goodeconomy.hani.co.kr/archives/238
작성일: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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