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청소년부문 수상작

윤리적 소비 자유분야 수기 부문

초콜릿과 커피와 설탕, 그리고 나의 이야기
(이효진
)


초콜릿의 이야기

“초콜릿 사세요! 맛있는 초콜릿 사세요!”

급식실 앞 작은 공간에 몇몇 학생들이 책상을 끌어와 초콜릿 몇 십 개를 펼쳐놓고 크게 외쳤다. 급식 줄을 서있는 아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미 교내 수많은 동아리들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매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쿠키나 사탕을 들고 와 판매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 특별한 초콜릿을 파는 것은 별로 특별하지 않아 보였을 것이다.

“이 초콜릿 하나에 얼마예요?”
 “2700원입니다.”

대답을 듣자 초콜릿을 사려던 학생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리가 파는 초콜릿은 시중에서 파는 비슷한 사이즈의 초콜릿보다 3배나 비쌌다. 정말 초콜릿이 먹고 싶다면 매점에 가는 대신 이 초콜릿을 택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들은 초콜릿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싼 게 아니라 정당한 가격이에요. 슈퍼에서 파는 초콜릿은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재료공급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터무니없이 싸게 파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열을 올리며 말하고 나서야 그 학생은 초콜릿 하나를 사 갔고, 몇 분 있다가 친구들과 다시 돌아왔다. 초콜릿이 맛있고 좋은 의도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차츰차츰, 이 ‘비싼 값 하는’ 초콜릿은 한 개도 남김없이 모두 팔렸고, 공정무역 동아리 SouL의 첫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후 판매에서는 아이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서너 개씩이나 사 가는 기분 좋은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온라인에서 도매로 파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다가 소매가로 팔았기 때문에 동아리 발전에 쓰일 수익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 학생과 선생님 천 여 명에게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알리고, 일년에 단 몇 번이라도 매점음식 대신 공정무역 먹거리를 학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커피의 이야기

처음 공정무역을 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말이었다. 당시 나는 한 청소년 잡지에서 기사공모전을 통해 청소년기자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기사를 써낼 것인 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께서 공정 무역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공정 무역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윤리적 소비’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상품이 많아지고, 그것을 살 돈이 많아지고, 사람들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가 어떤 것을 어떻게 소비하는지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담아 나는 커피의 공정무역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카페가 성행하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내가 커피에 처음 입맛을 들일 무렵이었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의 200원도 채 안 되는 원가와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4,5천원의 가격의 어마어마한 격차는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네팔의 커피 농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보았는데, 내 또래의 아이가 동생들의 교육과 가족의 생애를 책임질 소중한 커피나무를 한 그루씩 정성스럽게 심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길거리나 마트에서 사 먹는 커피가 한 사람에게는 생명과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떤 커피를, 어떤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지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과정을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비록 그 기사는 주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모전에서 탈락했지만, 이후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할 윤리적 소비에 관한 소중한 지식을 준 경험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설탕의 이야기

이렇게 학교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배우고 공정무역 상품을 홍보하는 활동을 하던 중, 바로 우리 집에서도 윤리적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말에 집에 있던 중, 엄마께서 간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삶은 감자를 주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자에 찍어먹을 흑설탕 대신 색깔이 좀 더 연하고, 광택이 덜한 가루가 얹혀 있었다. 내가 가루의 정체를 묻자 엄마께선 ‘마스코바도’라고 대답하셨다.  마치 태평양 어딘가의 외진 섬의 이름처럼, 생소한 이름이었다. 마스코바도 포장지를 찾아보니, 아프리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공정무역 거래를 통해 들어온 유기농 식품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스코바도는 엄마께서 회원이신 아이쿱 생협에서 사 오시는 수많은 음식들처럼, 윤리를 추구하는 식품이었기에 그냥 흑설탕보다는 더욱 깊은 풍미와 의미를 가진 듯 했다. 따지고 보면, 나와 동생들이 보조 가방으로 쓰고 엄마께서 비닐봉지 대신 쇼핑백으로 쓰시는 캔버스백, 자주 먹는 공정무역 다크초콜릿, 항상 ‘먹을 만큼만 사자’는 아빠의 신조, 한 켤레를 사면 저소득층 아동에게 한 켤레를 주는 신발, 고기는 줄이고 샐러드를 많이 담은 밥상 등 집안 구석구석에 윤리적 소비가 녹아있었다. 새삼스럽게 각자의 소비생활에 조금씩은 책임을 지는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웠다.

나의 이야기

학교에서건 집에서건, 내 주변에는 윤리적 소비에 관한 인식이 비교적 높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떨까? 친환경적 소비, 현수막, 소파가죽, 옷을 예쁘고 실용적인 상품들로 재탄생시키고, 학용품부터 결혼식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요즘들어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유럽 등지의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초콜릿 하나를 사더라도,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잠시 시간을 가지고 사람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빈부와 삶의 질의 격차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모두가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