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느리게 사는 삶이 주는 행복
황주영

시작은 ‘촛불’이었다. 미국산 소고기를 값싸게 실컷 먹을 것인가, 아니면 소들을 대규모로 사육하느라 엄청나게 사용되는 자원을 줄이는데 동조할 것이냐. 결론은 당연히 후자였다.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는 물론 환경까지 파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미국산 소고기를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것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반대다. 이후 언론에서는 ‘촛불’을 관에 넣고 못질을 하겠다는 목청에만 잔뜩 힘을 실어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진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많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삶 자체를 서서히 바꾸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족의 일상을 보자. 미국산 소고기? 택도 없다. 국산 소고기 아니면 손도 대지 않는다. 소고기 자체를 거의 먹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기농보리를 넣고 끓인 물을 한 잔씩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친정에서 농사지은 쌀과 유기농 잡곡을 섞은 잡곡밥이 최고다. 남편은 마을버스와 전철을 이용하여 출근을 하고, 나와 아들은 튼튼한 두 다리와 자전거를 이용하여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놀다가 점심때가 되기 전 집에 간다. 주말에도 가족이 모두 자전거를 타면서 산책을 즐긴다. 돈들이지 않고도 건강과 행복을 챙기는 비법이다.


 점심을 먹기 전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쌀뜨물을 이용하여 만든 ‘EM발효액’을 섞어 담가 놓은 아침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주방세제를 쓰지 않고도 설거지가 깔끔하게 된다. 무조건 빨리빨리 해치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깨달은 건 ‘EM발효액’을 사용하면서부터다. 빨래나 설거지를 하기 1~2시간 정도는 ‘EM발효액’을 희석시켜 담가놓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EM을 사용하면서 빨래 시 사용하는 세제의 양은 반으로 줄었다. 또 1~2시간 물에 불어있던 설거지는 더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느리게 사는 삶을 배우면서 행복의 자리는 오히려 커짐을 느낀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소형 마트나 유기농 매장에 들러 장을 보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주말이면 더더욱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대형마트에 자가용을 끌고 가서 더 많이, 더 실컷 사들이는 것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버젓이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팔고 싶어 안달이 난 수입산 소고기를 보고 있노라면 역겨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순간,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런 식의 소비를 해야 하는가하는 의문 또한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를 넣고, 대기업 자본의 승용차를 끌고, 대기업 자본의 대형마트에서, 설상가상으로 늘어나고만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들... 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아니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환경파괴’라는 거대한 재앙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누군가의 손아귀에 끊임없이 놀아나며, 다람쥐 쳇바퀴 돌리 듯 획일적인 삶이 결코 지속가능한 삶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깨달음은 좀 더 검소하고 정직한 소비로 연결되어 정신적인 풍요로움까지 주고 있다. 물론 나 스스로, 우리 가족 스스로도 아직 멀었다는 반성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낀다.

  저녁을 먹기 전이나 먹은 후에는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 샤워 또한 앞에서 언급한 ‘EM발효액’을 물에 섞어 사용한다. 우리 아들은 불행히도 아토피가 약간 있다. 그러나 연고를 바르거나 약을 먹는 것보다는 식습관을 올바르게 하고, ‘EM발효액’을 섞은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적이다. 또 샤워 후 남은 물은 그대로 두었다가 걸레를 빨거나 변기에 재사용된다. 이 얼마나 뿌듯한 삶인가? 물도 아끼고, 수질개선에도 도움이 되니 말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유기농 또는 저농약 과일을 ‘EM발효액’을 희석시킨 물에 담가 두었다가 깨끗하게 씻은 후 껍질 채 먹는다. 껍질 채 먹는 과일은 정말 배로 더 맛있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뿌듯함까지 섭취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서 입고 다니는 옷들은 또 어떤가? 우리 가족이 입는 옷들은 대부분 물려받거나 재활용 옷가게에서 값싸게 구입한 것이다. 이런 방식을 구질구질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 어떤가? 나와 우리 가족은 인물과 몸매가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고로 깨끗하게만 손질해서 입는다면 그 어떤 옷들도 소화가 가능하다. 오히려 찍어내듯 똑같은 디자인의 옷이나 가방을 명품이라는 이유로 자랑스럽게 걸치고 다는 것 보다 훨씬 멋스럽고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어떤 값비싼 것들로 온몸을 휘감고 다녀도 행복함을 느끼진 못할 것이다. 물질에서 벗어나면 그만큼 행복의 자리가 커진다. 윤리적인 소비 또한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한 방법이란 생각이다. 

  윤리적인 소비란 거창한 게 아니다. 일상에서 충분히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 가족처럼 말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가 절대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