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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4 착한 소비에서 생명을 보다
  2. 2011.06.13 아주 특별한 세탁비누
  3. 2011.06.10 새빨간 그날과 녹색 생리대

착한 소비에서 생명을 보다

2011.06.14 10:24 사회적경제 사례 | posted by 사회적경제

착한 소비에서 생명을 보다 - 이임순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청소기와 씨름중이다. 청소기 흡입구 연결부위가 부러져도, 코드가 계속 안으로 감겨들어가도, 전원버튼이 오락가락해도 아픈 몸을 이끌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챙기던 청소기가 드디어 멈춰버리자 한달전 이웃에서 “서비스센타에 문의해서 흡입구만 사다 끼워 쓰면 될거야”하고 갖다 준 청소기다. 서비스센터에선 이미 단종된 제품인지라 입을 잃어버린 청소기가 집안을 그런대로 한 번씩 두런거리며 다니더니 남편이 어디선가 버려진 흡입구를 주워와서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우리를 두고 친정어머니는 당신께 드리는 용돈을 마다하신다. 그 마다하시는 손을 다시 밀어넣으며 난 말한다.

“엄마, 돈 때문이 아니야. 이건 우리가 그냥 사는 방법일 뿐이야.”
 
나도 사람들과 똑같은 꿈을 꾸었었다. 반듯한 집에 살고 싶었고, 좋은 차 한 대 끌고 싶었고, 좋은 옷 입고 그렇게 편안히 살고 싶었다. 그러던 팔년전 어느날이었던가? 아이 책을 한 권 사려고 나갔다가 친구를 통해 만나게 되었던 책.  <조화로운 삶>와 <오래된 미래>.

몇 개월을 앓았다. 그건 내게 익숙해져 있었고 또한 내가 믿었던 내 삶의 방향에 대한 혼돈이었다. 그러나 그 몇 개월의 혼란을 통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더욱 더 내 자신과의 견고한 약속이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새로이 써 나가는 내 삶의 일기였고, 한 문장 한 문장 써 나갈때마다 숨고르기하는 내 삶의 따옴표였다.

먼저 식생활이 바뀌었다. 간간이 이용하던 생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받은 물품 안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식생활을 조절해 나갔다. 생협을 이용하다 보니 내 고향의 농사를 짓는 이들의 현실도 다가왔다. 매상해서 농협빚 갚고 남은 돈 이만 팔천원을 놓고 밥상 앞에서 눈물로 밥을 말아 먹었다던 뒷집아저씨 이야기조차도 이미 오래전 이야기가 되어 버린 현실, 노인들의 마지막 힘으로 버티고 있는 땅이 되어 버린 현실이 보였다.

이러한 현실은 내게 믿을 만한 곡물들을 이웃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부여하였다. 생명운동을 하는 땅에 터 잡은 이들도 중요했지만, 난 이것이 성실하게 농사를 짓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 운동이 될 수 있기를 바랐고, 그들이 수확한 작물들을 조금이나마 더 정직한 값을 받을 수 있어야 그 땅에 대한 실낱같은 믿음이나마 지켜나갈 수 있다고, 그 실낱같은 희망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씨앗들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교회를 통해, 학교를 통해 감자며 옥수수, 고구마, 쌀, 옥수수, 고춧가루, 참기름, 들기름 등을 함께 나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유난히도 번거로웠다. 아파트를 돌며 소주병들을 주워 모아다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기름을 담으려니 곡물에 비해 몇 번의 손이 더 가곤 했다. 나 또한 젓갈이나 과일, 비누 같은 것들을 누군가로부터 나누어 받았다. 물론 이것은 이러한 소통이 가능했던 작은 교회와 작은 학교, 그리고 손에 닿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교회에서의 ‘착한 소비’운동은 소박하지만 이렇게 이루어진다.


우리 교회 입구에는 정수기 옆으로 공정무역 커피와 여러 종류의 차들이 놓여있다. 원래 커피는 시중 슈퍼에서 만날 수 있는 일회용 커피였다. 그러던 것이 한 사람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으로 모아져 쉽게 공정무역 커피로 바뀌어진 이래 계속 유지해오고 있는 중이다. 또한 교우들이나 외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온 활동가들을 통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만든 수공예품들을 한번씩 만나기도 하는데, 이 수익금은 그곳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먹거리 운동이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만든 밑반찬이나 젓갈, 된장 등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저소득 방과후에 지원하기도 하고, 시골에서 방목으로 키워진 닭에서 얻은 달걀을 매주 택배로 받아 교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이것은 시골 공동체 살림에 정규 수입원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다운증후군과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돌보는 화천의 한 공동체를 위해 벌꿀이나 산나물 같은 물품들의 판매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여러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반찬을 하는 사람, 물품을 주문해서 받는 사람, 파는 사람, 돈을 관리하는 사람, 물품 배달을 하는 사람. 하지만 이러한 번거로움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다독여지고 극복되는 것이었다.
   
현재 나는 99년에 가입했던 민우회를 시작으로 한살림, 한국생협, 팔당생협에 가입되어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살림이 있어 이곳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요즘은 일을 하는 내 형편에 맞춰 물품배달 받는 것이 편리한 한국생협을 주로 이용한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되는 내에서 하남에 있는 팔당생협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살림이나 한국생협을 이용하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음에도 팔당생협을 이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팔당생협의 기틀이 더 약하기 때문에, 작으나마  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고, 이러한 힘들이 다시 제2, 제3의 생협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착한 소비’를 절약과 구분한다. 절약은 아끼는 것에 대한 의미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면 ‘착한 소비’는 관계성에 대한 의미가 강하게 드러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착한 소비’를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한다. ‘착한 소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명성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이의 생명성, 그리고 내 자신과의 생명성과 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얻는 것들이 자본의 가치로만 환산되는 ‘값’이기 이전에 내 손에 닿는 하나하나에 숨쉬는 ‘생명성’까지를 포괄할 때 우리가 귀 기울일 수 삶은 우리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삶의 방식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가 나누어 함께하는 소비 차원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의 삶 까지를 견지하는 것이 되기를 바라며.

Posted by 사회적경제

아주 특별한 세탁비누

2011.06.13 23:09 추천상품 | posted by 사회적경제

아주 특별한 세탁비누 - 조이화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당해보지 않고서는 남한테 의지해야하는 심정이 어떤 건지 몰라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2003, “아범아 어멈아 니들이 내 맘을 아냐?”,원성원 할아버지 인터뷰 中 발췌)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이 노년,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다고 여겨지는 나이 노년,
그래서 더 외롭고 슬픈 노년.

하지만 여기, 시흥 시니어클럽에는 기존의 노인이미지를 거부한 체 당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며,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시흥 시니어클럽(http://www.shcsc.or.kr)은 노인복지 및 저소득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및 고정적인 수입창출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단체이다.

시니어클럽을 방문하다

일하는 노인 인식개선에 관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온라인상으로 노인생산품을 판매하는 시흥 시니어클럽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노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안내하시는 분을 따라 맨 처음 보게 된 것은 게시판에 걸린 사진들이었다. 각종 사진들은 시니어클럽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말해 주고 있었으며 사진 속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노년이 주는 고유의 쓸쓸함이 없었다.


노년층을 위한 취미활동을 비롯한 각종 교육 및 직업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복지시설을 지나, 재활용 작업장 및  비누 공장 사업장을 중심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재활용 작업장은 폐가전제품의 분리수거 및 중고가전제품 판매하는 장소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젊은이를 따라갈 수 없지만 일에 있어 노하우나 연륜을 갖춘 어르신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계셨다. 가득히 쌓인 재활용 물품들 사이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은 힘들고 지쳐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활력이 넘쳐 보였다.

비누 공장 사업장 역시 활력이 넘쳤다. 시흥 시니어클럽의 주요 온라인 판매품 중 하나인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공장인데 어르신들이 비누를 제작 및 절단,  포장작업을 하여 주로 재래시장 및 세일마트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공장이라고 부르기엔 아주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자긍심은 공간을 넘어 웃음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세탁 비누와 사회를 말하다

시니어클럽에서 생산되는 비누는 자연의 부패를 방지하고 소생시켜주는 미생물과 식물성오일로 제조된 친환경적 비누이다.

개당 1500원으로 일반 비누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었으나 방문 일정이 끝난 후, 주부9단인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비누의 생산 과정에 대해 소개하니 이 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 소비인지 몰랐다며 뿌듯해하셨다.   

이러한 비누의 소비는 지역사회의 환경정화와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가며, 제품의 판매활동을 통하여 노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소외감, 무력감, 역할상실, 고독감)문제  및 건강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있다. 비누 제작과 판매를 통해 노인들은 돈을 벌 수 있어, 빈곤한 노인이 줄어들기도 하며 일을 통한 활동량 증가로 건강이 좋아져 의료비가 절감이   되기도 하는 등 단순히 노인 개인 뿐 아니라 노인 부양 부담을 줄여 지역사회의 재정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기특한 비누이다.

노인생산품, 그리고 윤리적 소비

윤리적 소비란 생산자와 자연환경을 배려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연대하는 소비를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인이 생산, 판매하는 물건들을 소비함으로써  점점 더 고령화되어가는 현실에서 더 많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미래를 이끌 지성인인 대학생 및 특히 주부들이 노인 생산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노인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이에 사업주들은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노인인력 고용을 증가시켜 사회를 더욱더 활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 시흥 시니어클럽 방문은 일하는 노인이 얼마나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과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이러한 노인 생산품과 그 구매를 통한 윤리적 소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 해야겠다.
 

Posted by 사회적경제

새빨간 그날과 녹색 생리대

2011.06.10 12:47 사회적경제 사례 | posted by 사회적경제

새빨간 그날과 녹색 생리대 - 신임수진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종종 다른 볼일이 없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 나는 작은 방 가득 천 꾸러미를 펼치고 ‘작업’을 시작한다. 일명 “링수네 달거리대 만들기”. 5년 전 겨울, 나는 앞으로 30년 쯤(가임기동안) 다른 선택을 해보겠다고 생각했고 망설임 없이 그 길로 들었다. 시골과 유기농업, 좋은 먹거리를 길러내는 것을 자신의 업으로 생각하시는 농부님들을 만나면서 정신적인 충격에 빠져있던 때였다. 왜 아무도 나에게 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포장 된 쌀은 대형 마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내가 버리는 쓰레기는 도무지 어디고 갈 곳이 없다고 말해 주지 않았을까. 한동안 내가 빠져있던 화두는 <귀찮음>과 <편함>이었던 것 같다. 왜 에스컬레이터가 계단을 걷는 것 보다 편하고 일회용 비닐 생리대를 죽 뜯어 쓰레기통에 넣는 것은 면생리대를 빨아서 쓰는 것보다 그리도 편한가.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예상치 못한 몇몇 문제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버리느냐 빨아 쓰느냐보다 먼저인 문제는, 내가 나의 생리와 생리혈에 대한 근거 없는 미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여성들에게 생리는 귀찮고 불결하고 성가신 일로 소개되었고 그렇게들 믿고 있었다. 일회용 비닐 생리대 광고를 보아도 온통 ‘깨끗해요’, ‘안 하는 것처럼 감쪽같아요’라는 이야기뿐이다. 그걸 사용해야 하는 우리들은 깨끗하지 않은 생리대를 뜯어내 버리기 바쁘고 될 수 있는 한 ‘안 하는’듯이 보이려고 노력한다. 전반적으로 ‘피’에 대한 거부감은 공통의 것일 수 있지만 생리혈처럼 억울하게 미움받고 뒤로 내쳐지는 건 홍길동같은 서자도 ‘형님’할 지경이다.

면생리대 빨래의 첫 단계는 찬물에 베어 나오는 자기 피 마주하기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내가 만든 면생리대를 구입해 간 친구에게서 야밤에 전화가 왔다. “식구들 몰래 밤에 빨았는데 피가 너무 많이 나와. 물이 쌔빨갛게 됐어. 물 버릴 때마다 너무 놀래.” 다달이 생리를 한지 십수년 만에 자기 피와 첫인사를 나눈 셈이다. 일단 이 첫만남을 잘 넘기면 빨래하기 그 자체는 큰일이 아니다. 사용한 면생리대를 찬물에 담궈 두면 핏물이 쏙 빠진다. 그리곤 그냥 비누로 슥슥 빨면 된다. 물론 이런 것이 큰일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 작은 ‘일’이 되기도 한다는 건 인정!

대부분 면생리대에 관해 이야기하려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근데, 좋은 건 알겠는데, 귀찮아서 어떻게 빨아서 써.” 옷 빨기가 귀찮아서 맨몸으로 다니거나 한 달에 보름 정도만 옷을 입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껏 휙 버리던 것을 버리지 않고 손을 한번  더 쓰려니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5년을 쓰면서도 나 또한 종종 귀찮은 마음이 비죽 고개를 들기도 한다. 세상은 우릴 위해 얼마나 ‘편한’ 방법들을 많이 내놓는지!

처음에는 매일매일 그날 사용한 면생리대를 빨아 널었다. 당시는 부모님과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엄마는 내 방에 오셔서 목소리를 죽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도 있고 오빠도 있는데 저렇게 씨뻘겋게 담궈 놓고 있으면 어떻해. 얼른 빨아 널든지 뚜껑이라도 덮어 놓든지.”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남성들도 좀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뒤 우리집 욕실에는 새빨간 작은 대야가 생겼다. 딸기를 담아 파는 플라스틱 그릇 같았는데 내 면생리대를 담궈 놓는 전용 대야로 마련한 듯 했다. 새빨간 대야는 한동안 내 면생리대를 품고서 대야 색깔과 피 색깔을 쉽게 구분할 수 없도록 하는데 일조했다.

지금은 자꾸 꾀가 난 결과, 사용한 면생리대를 찬물에서 핏물만 빼뒀다가 빨래는 한 번에 세탁기에게 맡긴다. 다른 빨래들과 함께 세탁하기 때문에 그 이후엔 꼭 맹물에 푹푹 삶아 햇빛에 말린다. 면생리대를 모두 말려서 서랍장에 다시 정리해 두는 것 까지 끝나면 비로소 내 생리기간이 마무리된다. 실제 피 흘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음 달을 준비해놓는 것까지이기 때문에 비교적 남들보다 긴 생리를 한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생리하는 날보다 생리안하는 날이 훨씬 많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내가 쓰는 것을 보고, 혹은 귀여운 천으로 만들어진 면생리대를 구경하고는 “그럼, 한두 개만 일단 써볼까?”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예전에는 그것으로도 조금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면생리대 ‘체험’을 해볼 수 있으니 나쁘진 않겠다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지만. 나는 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기왕이면 생리기간 동안 내내 쓸 생각을 하고 시작하길 권유한다. 아직은 익숙치 않으니 시험 삼아 집에서 미리 써보거나 짧은 시간을 써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한두 개만으로 한번 써보고 좋은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써보고 좋으면 나중에 제대로 구비해서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 그 한두 개마저 서랍 깊은 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사람은 자꾸 ‘편한’쪽으로 가고 싶기 마련이니까.

직접 천을 사다가 하나하나 재단하고 재봉틀로 만들고 다리미로 다려서 면생리대를 완성하는 일은(그런 날 나는 종일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한다) 어쩌면 나에게 휴식이고 녹색을 퍼트리는 일이고 괜찮은 아르바이트다. 주위 사람들에게 면생리대를 권유하고 정성들여 만든 것을 팔기도 하면서, 이것으로 한 뼘쯤은 더 녹색이 되고 자기 피를 마주하는 친구가 한명 더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스윽 웃음이 난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면 하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빨래나 번거로움이나 생리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런 저런 것들은 그저 그것들일 뿐이고, 그래서, ‘내가’ 할까, 말까.

우리가 결정할 것은 이것이다. 일단 해보는 건 어떨까. 나중에 정 아니면, 다시 돌아올 길은 너무도 많을 테니까.  그리고 그 많은 길이 사실은 길이 아님을 알게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결심에 필요한 시간이 길었던 친구도, 어렵게 어렵게 찡끗거리며 시작했던 친구도 결국은 그 쉬운 길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우리 길은 느리지만 조금씩 다져지고, 더 많은 가지를 뻗는 중이다. 녹색생리대와 함께하는 그 길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 오늘도 바래본다. 그리고 툭 묻는다. “그래서, 함께 하겠어?”

* 피자매연대 http://bloodsisters.net/ 에 들러보시면 더 많은 정보와 사람이 있습니다. (면생리대 본을 다운 받으실 수 있고, 직접 만드실 수도 있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Posted by 사회적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