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리뷰

협동조합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시장 안에서 작동하고 그 원리를 받아들이는 점에서 경제적 차원의 기업이다. 반면 경제 외적인 목적을 추구하고 다른 주체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내는 점에서는 사회적 단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기업만이 기업” 인식 버려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통상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어설프게 두가지 가치를 내거는 협동조합은 실패해야 마땅하다. 민주주의니 사회적 가치니 하는 경제 외적인 목적이 수익 극대화라는 경제적 목적 달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협동조합 성공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기업만이 유일한 기업 형태라는 고집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라는 상위의 ‘속’ 아래에 있는 ‘종’에 불과하고, 따라서 시장경제가 작동하기 위해 다윈식의 적자생존이 꼭 전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 소비를 중시하는 시민과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협동조합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협동조합이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흔히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치료하는 도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초의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작업을 이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마찬가지 논리를 편다. 시장의 논리로도 정부의 논리로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때 그 치료제로 협동조합을 동원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호혜의 작동원리를 강조하는 협동조합 사람들은 몇발짝 더 나간다. 협동조합이야말로 노동을 단순한 생산요소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만들고 지켜나가는 가장 선진적인 기업 형태라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는 가치 추구할 수 있어야”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출범 때부터 협동조합국을 설치하고 협동조합 진흥에 힘을 쏟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의 참모습을 일찌감치 통찰했기 때문이다. 마리아 엘레나 차베스 협동조합국장은 “좋은 일자리(decent work)란 인권을 존중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을 보장하고, 노동자가 자기가 원하는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윤리적 일자리를 뜻한다”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에서는 덜 가진 자가 더 가진 자의 부를 재분배받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과정 그 자체를 통해 사회적 도움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개인이나 집단 누구나 경제적 게임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경제와 사회의 격차를 줄이는 통합의 메커니즘이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가 민주적으로 실천되는, 적극적으로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잘 구현되는 현장인 것이다.

자본주의 기업만을 선호하는 기존의 경제적·제도적 질서는 오히려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에 역행한다. 우리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어려운 첫걸음을 겨우 뗐다. 이제 시작이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Posted by 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