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은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선생님, 간식 언제 먹어요?
(조진희, 서울영일초등학교 교사)



10시까지는 꼭 가지러 갈게요

“자연드림이죠? 빵하고 주스 가지러 대림역에서 택시 타고 가고 있어요. 10시까지는 꼭 갈게요.”
사당동에서 부랴부랴 연수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대림역에 도착한 시각은 9시 40분. 버스를 타면 매장 문 닫을 10시 안에 도착하기 힘들어 택시를 잡아탔다. 길을 잘 모르신다는 택시 기사님께 길을 가르쳐드리며 자연드림 신도림점에 도착하니 10시 5분 전. 이미 직원 분들께서 빵과 주스 52개씩을 가방 안에 쏘옥 넣어 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어떻게 이거 들고 갈 수 있으세요?”
“글쎄요, 우선 음료수랑 빵 포장한 종이상자는 빼야겠네요. 이 무게도 있으니….”
‘차도 없는 내가 이게 웬 사서 고생이람?’
박스에서 음료수를 꺼내면서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주황색 장바구니를 한 손에 한 개씩 들어보니 걸어갈 수는 있겠다.
“들고 갈 만 하네요.”
씩씩하게 매장 문을 나서긴 했지만 얼마 못 가서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말았다. 그렇게 몇 번을 쉬었다가 택시가 다니는 신도림역 큰 길까지 나와서 택시를 탔다. 다행이 택시는 탔지만 뭐 별난 간식이라고 택시비까지 사비로 내면서 꼭 사야 할까라는 생각이 또 들었다. 아침에는 애 아빠가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 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1학년 입학 선물은 유기농 간식입니다

                                   <1학년 입학 선물 유기농 과자 포장>

서울영일초등학교 1학년 1반 담임교사면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매달 자연드림에서 간식을 산다. 늦은 밤 택시를 타고 사온 땅콩 크림빵과 사과즙은 다음날 국립중앙박물관 현장학습에 참여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인근의 동구로초, 신대림초, 세곡초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먹을 간식이었다. “선생님, 배고파요!”, “간식 언제 먹어요?”라고 졸라대던 아이들은 무척 맛나게도 간식을 먹어 주었다. 그 넓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돌아다녔으니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자연드림 신도림점과 영일초등학교와의 인연은 올해 3월 2일 입학식에서부터였다. 교무실에서 입학식 준비를 하고 있는데, 6학년 아이들이 만들어서 1학년 동생들에게 주었던 사탕 목걸이를 올해는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탕 목걸이는 1학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선물인데 이것을 6학년이 졸업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마침 내 딸 아이도 1학년에 입학하는 지라 1학년 부장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제과점이나 팬시점에서 캐릭터나 꽃장식 막대 사탕 찾아볼 게요.” 하고 학교 카드를 들고 나섰다. 그러나 제과점이나 팬시점의 괜찮은 막대 사탕은 너무 비쌌다. 98명 입학생들의 간식을 10만원 범위에서 사야 하므로 1인당 1천원 꼴이었는데 동네 제과점을 몇 군데나 가 봐도 1천원이 넘는다. 더구나 100개라는 개수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렇다면 생협 막대 사탕을 사고 거기에 다른 간식들을 섞어서 선물포장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팬시점에서 포장지와 리본 빵끈을 사고 자연드림에 가서 막대 사탕, 캐러멜, 과자, 초콜릿 등을 샀다. 모자란 막대 사탕은 초록마을에 들러 공수했다. 딸 아이와 함께 알록달록 투명 포장지에 간식들을 넣고 이쁜 빵끈으로 마무리하니 밤 12시가 넘었다.

이렇게 만든 유기농 간식은 새로 6학년으로 올라온 언니 오빠들의 손에 들려 동생들의 손에 전달되었다. 입학식 사회자였던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는 “오늘 선물로 준 간식은 모두 유기농 간식입니다”라는 멘트까지 날려 주셨다. 아이들은 무슨 큰 선물이나 되는 것처럼 과자 봉지를 들고 엄마 아빠와 함께 입학식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 간식을 뭘, 이렇게까지 신경 쓰세요?

입학식 선물 이후에 어린이날 전체 학생 간식도 자연드림에서 구입했다. 외부 음식물 반입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시는 교장 선생님이신지라 유기농 간식을 대량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700개에 가까운 빵과 음료를 행정실에서 주문하였다. 우리 학교는 교육복지 학교라서 방과후 프로그램이 매우 많은데 이 사업을 관장하는 복지사 선생님도 자연드림을 알고 간혹 이용하신다. 우리 학교 영양사 선생님도 구로구에 사시는데, 일찌감치 조합원이 되셨다. 지난 여름 밤에도 화장 안 한 맨 얼굴에 슬리퍼 신고 갔다가 마주쳤다.
매번 장바구니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나에게 어떤 선생님은 뭘 애들 간식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유기농 간식에 대한 애착은 내가 매장이 만들어질 때 출자나 차입을 해서만은 아니다. 여름철이나 무슨 행사만 되면 학부모님들은 각종 빙과류, 요구르트, 캐릭터 음료수, 햄버거, 피자, 콜라 등을 학급에 넣어 주신다. 고학년쯤 되면 아이들은 으레 회장과 부회장이 한 턱 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식품안전요리교실 두 번째 카레라이스>

그러나 당선의 답례로 이루어지는 외부 간식을 교장 선생님께서 금지시키셨다. 더구나 이 학교 아이들의 치아 상태는 매우 위험 수준이고 학교에서 칫솔질을 매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구입한 간식은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나 학부모님들이 먹게 된다. 어머님들은 중국, 일본, 필리핀, 몽골 등에서 오신 결혼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이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을 먹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구촌이 함께 만드는 공적무역과 착한 소비가 더욱 커지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기도 하다.


다문화 요리교실과 함께했던 여름방학

여름방학 때에는 본격적으로 구로생협과 식품안전교육을 기획했다. 지난해 2학년 담임교사였을 때 3차례에 걸쳐 설탕, 색소, 식품 첨가물에 대한 교육을 했었는데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올해는 교장선생님께 적극 건의하여 식품안전교육을 하고 곁들여 요리를 해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간식을 먹으며 한국화 공부하는 아이들>

미리 구로생협 교육 담당자들에게 취지와 예산을 설명했더니 엑셀 파일로 장볼 리스트까지 뽑아 주셨다. 강사는 김근희 전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홍은경 선생님, 박기일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다. 첫날은 설탕을 교육하고 ‘김치전과 수박 화채’를 만들었다. 역시 베테랑 김근희 선생님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시고 이쁜 수박화채 그릇까지 직접 가져오셔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둘째날은 휴가철에 아이들이 많이 참석할까 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먹을거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 인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색소를 공부하고 카레라이스를 만들고 후식으로 얼음카카오를 먹었다. 셋째날은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매실주스와 먹고 동물쿠키를 선물로 주었다. 3회의 요리교실을 하고나서 만족도 조사를 해보니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에도 할 때 꼭 알려달라는 아이가 많았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꿈꾸며…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하여 6개의 광역 시도에서 진보민주 교육감이 당선되어 기대가 크다. 특히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1학년 학부모이기도 한 나로서는 당장이라도 친환경 무상급식이 되기를 바란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여러 활동을 하면서 식품안전교육을 해보니 하루 빨리 공교육에 친환경 무상급식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간절해졌다. 내년에는 정들었던 영일초등학교를 떠난다. 어떤 학교에 가더라도 윤리적 소비와 공교육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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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동상 수상작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가난뱅이들이 먹고 즐기는 윤리적 축제.
김이경

2006년. 대학생 몇몇이 함께 모여 세계의 빈곤 문제, 인권, 소비자 문제를 고민하였습니다. 이들 중 2명은 빈곤의 현장을 직접 보겠다며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네팔의 공정무역 단체와 지속가능한 관광(공정여행), 인도의 공동체를 방문하여 이를 글로 싣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또 이들 중 2명은 한국에 있는 공정무역 단체들이 마음을 내어 서로 연대했으면 하는 생각에 대학생 공정무역 단체(F.Y.N.K: Fairtrade Youth Network Korea)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정무역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던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가 외치는 ‘가난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공정한 무역’, ‘지속가능한 환경’ 과 나의 생활은 얼마나 연관이 있을까?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보니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빈곤을 고민하면서도 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돌았고 음식을 남겼습니다. 또한 남들에게는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면서도 나의 행동은 귀찮다는 이유로 환경에 해가 되는 행동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정무역 운동을 하면서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지금은 학생이어서 못 사지만 돈 벌게 되면 살게요.”라는 말만 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말과 삶이 괴리되었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한 친구들이 하나 둘씩 흑석동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흑석동의 옥탑방에 둥지를 틀고 ‘만행’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면 공정무역 상품도 돈을 모아서 살 수 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환경을 덜 해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행’이라는 공동체는 대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선 청년들이 만든 곳입니다. ‘만나면 행복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만들면서 행복한 잡지, 만행’이라는 무크지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번 마음을 내면 만(萬)일(30년)을 하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청년 공동체 ‘만행’은 돈이 없는 20대이지만 티끌도 모으면 태산이라고 가진 돈을 조금씩 내어 집을 얻어 함께 도시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돈’이 모이니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선 먹는 것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우선 재개발이 한창인 흑석동에서 없어질 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을 이용하여 식품을 구입하기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꼭 환경마크가 찍혀있고, 생산자를 확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윤리적 소비 운동을 직접 해 본 저희들로서는 ‘윤리적’이라는 의미가 확장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저희는 지역에서 지역 상권이 활발해 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희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함께 밥을 먹는 ‘밥상 공동체’ 시간을 가지는데요, 이 때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보다는 이것에 밀려 손님이 점점 없어져 가는 재래시장을 이용하고 재래시장에서 팔지 않는 상품은 근처 원불교 법당 1층에 위치한 생협을 이용합니다. 시장을 이용하면서부터 달라진 점은 장을 보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맛있는 김치전을 굽는 아주머니의 땀, 돈 없는 학생들한테 오이 한 개를 더 얹어주시는 아저씨의 넉넉함, 포도를 살 때 한 근 더 달라고 보채는 우리들에게 웃으면서 자두 두 개를 쥐어주시는 아주머니의 미소 등. 시장에서 저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순간 순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상품이 교환될 때 돈 외에도 많은 것이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상품 생산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돈이나 기계라고 생각하며 ‘사람’의 존재를 잊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래를 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더더욱 많은 바람직한 소비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는 식품들이 모두 환경적으로 생산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때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한살림의 기둥이신 장일순 선생님께서 유기농 상품만 고집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농사짓는 자가 여직까지 농약뿌리고 비료만 가지고 했던 농사를 이제 저농약으로 하면서 변화해가는 동안에 그 농산물이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그런 때에 함께 해 줘야 한다.”

서울에는 많은 학생들이 집을 떠나 자취방, 하숙집, 기숙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살거나 친구와 살 경우 끼니를 잘 챙겨먹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잘 먹어야 할 나이에 잘 먹지 못하고, 또 먹어도 영양가 없는 것들만 잔뜩 먹곤 합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돈이 없는 학생들이나 직장을 잃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즉석식품(편의점 삼각김밥 같은)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던데,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가 이제 먹을 거리를 나누는 문화도 사라졌구나 하면서 안타까워했답니다. 함께 모여서 돈을 조금씩만 보태면 – 최대 2,000원이면 됩니다. – 영양가 있는 근사한 식단은 물론이며 집 떠난 학생들이 쉽게 사서 먹지 않는 제철과일까지 먹을 수 있답니다. 물론 함께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겠죠.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을 앞에 두고 나누는 이야기는 당연히 기분 좋은 것들뿐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들어진 이야기들까지 함께 먹으니 어느 누구 부러울 자가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은 뒤에 차(茶)를 자주 마시게 됩니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저희들은 놀랍게도 멕시코에서 수입한 공정무역 커피를 마십니다. 아마 저희도 각자가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해서 혼자 집에서 마신다면 비용적 측면에서 꽤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조금씩 십시일반한 돈으로 2년 전부터 우리가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알렸던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돈’이 없는 학생이어서 공정무역 상품을 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 없는 학생들이 푼돈을 모아 함께 즐기는 카페를 만들어버렸습니다. 만행카페에 오시면 공정무역 커피는 물론이며 부산과 광주에서 직접 볶은 각종 차를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음식과 차를 마신 뒤 하는 설거지는 철저히 친환경적으로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로 헹궈도 될 그릇들은 세제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제를 사용할 일이 생기면 이로운몰에서 구입한 친환경 세제인 ‘에코팜’ 또는 생활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세제를 이용합니다.

언론에서는 ‘88만원 세대’라는 경제적인 용어로 저희들의 삶을 재단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삶을 꿈꾸지 못하고 토익 공부만 하고 취업에만 목을 매는 세대라고 하며 답답해 합니다. 하지만 저희 세대는 88만원 세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꼭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윗 세대들의 모습에서 엿보았습니다. 또한 꼭 좋은 음식이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와 생산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적게 벌어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모여서 고민하고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현명한 소비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라는 것이 별게 있나요. 나와 옆집 사람, 그리고 마을 사람부터 챙기고, 여기서 공유될 수 없는 물건들은 정당한 거래를 거쳐서 온 것을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요. 더 나아가 가치를 교환함에 있어 화폐 외에 다른 기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윤리적 소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청년 공동체 '만행'이란? http://manhanging.springnote.com/
'만행'은 '몸으로 살고 삶으로 만나는 '지혜나눔공동체'입니다. 학교와 사회인의 경계에 있는 젊은이들이 흑석동에 모여 앎과 삶, 말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함께 공부하고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한 20대이지만 돈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 마음을 내어 매일 축제를 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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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희망을 발견하다

2011.06.22 13:15 소비의 힘/윤리적 소비란? | posted by 사회적경제

환경의 날에 만난 윤리적 소비의 긍정적 미래 - 이영인
윤리적 소비 체험 수기 부문
2009년 장려상 수상작

2009년 6월 5일이 환경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 역시 대학교에서 일련의 프로젝트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를 그런 날이었다. 게다가 6월 항쟁 기념주간과 겹친 금요일. 사회의 다른 그룹은 모르겠으나 확실히 대학생 그룹에 있어서는 악재였다. 내가 속한 프로젝트 팀 SIFE에서는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친환경 물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SIFE, Touch4Good, Gongjang, Org.(오르그닷), Rishi Tea 등 각자 다른 방법으로 환경에 이로운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를 한 데 모아서 여는 제법 큰 규모의 캠퍼스 내 전시회였다. 나는 어떻게든 이 환경의 날을 캠퍼스에 알려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고, 자연히 환경의 날의 시작과 목적 등에 대한 고민이 따르게 되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환경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가 개막된 1972년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환경의 날이 윤리적 소비와 어떻게 연결될까. 바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고민에서 파생되어 나온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생활’ 등일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병폐를 더 이상 목도하지 말자는 것,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자는 것, 현재의 발전을 위해 미래를 담보하지 말 것 등이 윤리적 소비와 합치하는 부분이라고 보았다.

아무튼 이 좋은 취지의 전시회를 주최하고도 인식이 확산되지 못하면 헛일이 되고 말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단히 준비를 하여 5m 가량의 홍보 패널을 반대편에 설치하고, 10m 가량의 부스를 설치하여 전시와 판매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SIFE에서는 친환경 허브 화분과 재생노트 등을, Touch4Good에서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한 지갑 등을, Gongjang에서는 재활용 종이 문구류를, Org.에서는 페어트레이드 제품과 쐐기풀로 만든 앞치마 등을, Rishi Tea는 공정무역을 거친 유기농차 등을 전시, 체험, 시음, 판매했다.

오전의 우려와는 달리 반응은 매우 좋았다. 특히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소화 겸 산책을 하는 학생들과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학생, 교수, 관계자 등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오가닉 브랜드나 친환경제품 등이 동종제품 시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시음이나 체험에는 관심을 보여도 그것이 구매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 우려를 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사소한 구매 행위가 이러한 물품을 생산하는 생산자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공정무역이나 환경 보전 물품의 생산 및 유통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과 홍보에 열을 올리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었다.
 
“설문에서는 약 1/3 가량의 소비자가 구매의사가 있다고 답하지만 윤리적 제품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3%에 머무는 ‘30:3 현상’이 있다.”라는 HERI Review 기사도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데, 여기만은 예외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사람들은 상당한 지불용의를 보였다. 실제로 Org.에서 내놓은 무가공 티셔츠 같은 경우, 표백과 형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품으로 어필하여 3만 원대의 가격에도 짧은 시간에 여러 장이 팔렸다. 반대로 SIFE의 재생노트와 같은 경우,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필기를 많이 하는 학생의 수요와 맞물려 상당 부수가 판매되기도 했다. 판매만 한 것이 아니라, 나도 윤리적 소비 대열에 동참하여 재생노트 몇 권과 Gongjang의 ‘한 조각의 원단과 한 개의 버튼만으로 완성된’ 펜슬케이스를 구매했다. 복잡한 가공과정을 상당수 줄임으로써 환경을 생각한다는 취지를 떠나서도, 심플한 제품의 디자인 자체가 상당히 괜찮았다.

이렇게 환경의 날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새삼 주변에 있는 윤리적 소비 관련 상품들이 곳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캔쿠키, 히말라야의 선물, 생협 물품, 오가닉 브랜드 등은 이제 우리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와 있다. 취지에 따른 지불용의를 떠나서, 제품 자체 경쟁력도 예전보다 상당 수준 발전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대중인식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확산이 실현된다면 앞서 얘기했던 ‘30:3 현상’이 ‘30:30 현상’, 나아가 ‘100:100 현상’이 일어나는 날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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