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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의 동반자/협동조합

'정동국밥'의 따뜻한 사업모델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서울시청 바로 옆 정동국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원한 국밥의 국물맛보다 내 관심을 더 끌었던 것은, 그 국밥집의 사업구조였다.

정동국밥은 사회적기업이다. 국밥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 이익은 모두 노숙인의 식사에 사용하게 된다. 결식이웃에게 무료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성공회푸드뱅크가 새로운 나눔 모델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국물 맛 덕인지, 임직원 8명 규모의 정동국밥은 시작한 지 넉 달 만에 월 기준 손익분기점에 다다랐다. 이달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씩 결핵노숙인을 위해 30명분의 국밥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익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니 국밥집치고는 참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찬찬히 생각해 보자. 우리 동네 국밥집 주인이 벌어야 할 돈은 어차피 그저 주인 부부의 생활비다. 이익을 많이 남겨 자산가가 되는 꿈은 이뤄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많은 경우 꾸지도 않는다. 영세자영업자는 사실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인 셈이다. 어찌 보면 노동자보다 못하다. 실패하면 투자금을 날리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동네 국밥집, 동네 슈퍼마켓, 동네 빵집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실패해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최소한 노동자 수준의 보호를 받도록 해 주고, 이익이 나면 어느 정도는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 생계를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사명일 것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자영업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평생 모은 돈을 사업에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대박의 꿈’은 꿀 수 없는 처지이면서 실패의 위험은 가득 안고 있다. 이들의 노후는 좀더 안전하면서 보람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금융은 그 첫번째 순서다. 정동국밥이 일어선 과정은 눈물겹다. 초기 투자금으로 2억원이 필요했는데, 대중을 상대로 투자자도 모집하고 언론을 통해서도 알렸지만 모인 돈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익 많이 내는 것보다 고용과 환경과 나눔을 더 중시하는 곳에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는 사회적 금융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모두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재원을 걱정한다. 국밥을 팔아서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노후와 노숙인의 식사를 함께 지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복지가 있을까? 사회적금융 같은 인프라가 시급한 이유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